계좌 빌려줬다 처벌받고도 또…'코인 환전' 제안에 번호 넘겼다[사건실화]
과거에도 계좌 접근매체 빌려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전력
법원, 범죄 이용 가능성 알고도 제공했다고 보고 징역형 집유
[파이낸셜뉴스] "계좌로 돈이 들어오면 코인을 사서 보내달라."
A씨가 받은 제안은 이랬다. 본인 명의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그 계좌로 입금되는 돈으로 가상자산을 사서 넘겨주면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겉으로는 단순한 심부름처럼 보일 수 있었다. 돈을 받아 코인을 사서 전달하면 수고비를 준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계좌를 제공하고 자금 이동에 관여하는 행위는 보이스피싱 피해금 세탁 등 범죄와의 연관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
A씨는 2025년 4월 30일께 텔레그램을 통해 계좌 대여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 명의의 계좌번호를 그에게 전달했다.
문제는 A씨가 이런 계좌 제공의 위험성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A씨에게는 이미 비슷한 전력이 있었다.
그는 2018년 10월께에도 성명불상자에게 본인 명의 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빌려줬다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사건을 통해 A씨는 타인에게 계좌나 접근매체를 넘길 경우 범죄자금 이동 통로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A씨는 다시 계좌 관련 정보를 넘겼다. 이번에는 접근매체 자체가 아니라 계좌번호였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계좌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봤다.
전자금융거래법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나 계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A씨 계좌를 통해 얼마의 돈이 오갔는지와 별개로, 계좌정보 제공 자체가 범죄 자금 이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결국 검찰은 A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범행을 인정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6형사단독 (김진성 판사)은 지난 6월 15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한 점을 참작했다. 다만 A씨에게 벌금형의 동종 전과가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과거 같은 종류의 사건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만큼, 계좌정보가 보이스피싱 피해금 세탁 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봤다. 성명불상자의 제안이 '입금된 돈으로 코인을 사서 보내달라'는 형태였던 점도 수상한 자금 이동 방식으로 판단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