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지역사회 '수의계약 몰아주기' 막는다…동일업체 연 5회·2억 제한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행안부, '편법 수의계약 방지 및 횡령 관련 대책' 발표
광역은 연 7회·3억원…횟수·금액 하나라도 넘으면 안돼
지방 공무원 공금 횡령 차단…전국 지자체 전수점검
전자대금청구시스템 이용의무…계좌 임의변경 못해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지방의원 가족 관련 업체에 수의계약이 집중되는 등 특혜 의혹이 잇따르고 지방정부 회계 담당 공무원의 공금 횡령 사건까지 발생하자 정부가 계약·회계 관리 강화에 나섰다. 앞으로 기초지자체는 동일 업체와 연간 5회 또는 총 2억원, 광역지자체는 연 7회 또는 3억원을 넘겨 '1인 견적' 수의계약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횟수와 금액 가운데 하나라도 한도를 넘으면 추가 계약이 제한된다.

수의계약 한도 신설…사업자등록번호도 공개

행정안전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수의계약 제도 개선방안'과 '공금 횡령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지방의원이나 가족 관련 업체에 계약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공무원이 거래처 계좌를 임의로 바꾸는 방식의 공금 횡령도 시스템으로 차단한다는 게 골자다.

실제 올해 적발된 A도 B군에서는 군의원 배우자가 지분 40%를 가진 업체와 133건, 22억800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이 체결됐다. 2023년 C도 D군에서도 군의원 배우자가 지분 49%를 보유한 업체와 40건, 10억2500만원을 계약한 사실이 적발됐다.

행안부는 우선 동일 업체와 반복적으로 맺는 '1인 견적 수의계약'에 연간 한도를 둔다. 1인 견적 수의계약은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한 사업자에게 견적을 받아 계약하는 방식이다. 일반기업의 경우 추정가격 2000만원 이하 공사·물품·용역이 대상이며 여성·장애인기업 등은 5000만원 이하 계약까지 포함된다. 공사와 물품, 용역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동일 업체를 기준으로 모두 합산한다.

기초지자체와 세종·제주는 동일 업체와 연 5회 또는 총 2억원, 광역지자체는 연 7회 또는 3억원이 상한이다. 예컨대 기초지자체가 한 업체와 네 차례 계약해 누적액이 1억9000만원이라면 2000만원짜리 계약을 추가로 맺을 수 없다. 횟수는 한도 안이지만 총액이 2억원을 넘기 때문이다. 반대로 누적 계약액이 2억원에 미치지 않더라도 이미 5차례 계약했다면 여섯 번째 계약은 제한된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은 향후 예규 개정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지역 내 업체가 부족하거나 주민 안전과 관련돼 추가 계약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계약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를 인정한다. 대신 한도를 넘긴 계약은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상급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시·군·구는 시·도에, 시·도는 행안부에 보고하며 한도 위반이나 공개 누락, 심의 절차가 부적정하면 감사 등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수의 계약 공개도 강화한다. 현재 공개하는 업체명·대표자·주소 등에 사업자등록번호를 추가해 같은 업체에 계약이 반복적으로 집중됐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수의계약과 일반 입찰계약도 구분해 공개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한다.

지방의원의 이해 충돌 관리도 강화한다. 지방의원의 가족이나 가족이 대표·임원으로 있는 법인 등 사적 이해관계자와 지자체가 수의계약을 맺을 경우 관련 신고를 강화한다. 계약 자체가 회계 관련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계약 이익이 실질적으로 지방의원에게 돌아간다고 판단되면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계약 재검토 등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연내 제정을 추진하는 지방의회법에도 이해충돌 방지와 공무국외출장 관리 강화, 징계 시 의정비 감액 등 지방의원의 책임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을 방침이다. 지방의원의 겸직이 지자체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겸직 직위 휴직을 권고하거나 관련 상임위원회 보임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무원이 거래처 계좌 못 바꾸게 시스템 차단

공무원의 공금 횡령을 막기 위한 통제도 한층 강화한다. 경남 거창군에서는 공무원이 2024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5억3000만원을 횡령하고 8억9000만원을 유용한 사건이 적발됐다. 경북 영천시에서도 공금 유용·횡령 사건이 적발돼 현재 금액과 기간, 수법 등을 조사하고 있다. 행안부 조사에 따르면 최근 횡령 사례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거래처 계좌 대신 자신의 계좌를 입력하거나 입출금이 비교적 자유로운 지자체 명의 보통예금계좌를 부정 이용했다. 회계 집행 업무가 한 직원에게 집중됐지만 결재 과정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행안부는 지난 4일부터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금 관리 실태 전수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거래처와 예금주가 다른 이상 거래 등을 집중 점검하고, 공무원이 거래처 계좌를 임의로 바꿀 수 없도록 전자대금청구시스템(e호조+빌) 이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예금주가 일치하지 않으면 지출도 차단된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편법적 수의계약과 공금 횡령은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문제"라며 "계약 관리와 공금 집행 전반의 취약 요인을 근본적으로 보완해 비리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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