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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썼나, 사람이 썼나" 응모작 폭증에 日문학상 심사 비상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하야카와 SF 응모작 400편→1012편
AI 사용 공개 의무화·복수 응모 금지

챗GPT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인 달리(DALL·E)에 의해 만들어진 오픈AI 로고가 휴대전화에 표시된 모습. 사진=뉴시스
챗GPT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인 달리(DALL·E)에 의해 만들어진 오픈AI 로고가 휴대전화에 표시된 모습. 사진=뉴시스

#일본 SF·미스터리 전문 출판사 하야카와쇼보의 시오자와 요시히로 시니어 에디터는 올해 신인문학상 응모작 수를 확인하고 눈을 의심했다. 지난 3월 말 접수를 마감한 '제14회 하야카와 SF 콘테스트'에 1012편이 몰렸기 때문이다. 예년 400편 안팎의 두 배를 넘는다.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시오자와 에디터가 읽은 10여 편 가운데 적어도 2~3편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초반에는 문단마다 불필요한 공백이 반복되다가 후반부에 문체가 갑자기 매끄러워지고 공백도 사라지는 식이었다.
시오자와 에디터는 "전반부는 AI에 맡겼다가 얘기가 절정에 이르자 응모자가 직접 쓰기 시작한 것으로 짐작되는 작품도 있었다"고 말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설이 일본 공모 신인문학상에 대거 몰리고 있다. AI로 손쉽게 많은 분량의 소설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응모작이 급증한 것이다. 출판 불황 속에 심사 비용까지 불어나 공모 문학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야카와쇼보가 주최하는 신인 작가 등용문인 하야카와 SF 콘테스트는 응모자에게 AI 사용 여부를 신고하도록 요구하지 않아 실제 AI 활용 작품 수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오자와 에디터는 "응모작이 늘어나는 것은 출판사로서 정말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완성도가 낮은 AI 생성 작품이 대량으로 접수돼 심사 인력의 부담이 커진다면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응모작 급증은 SF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카라지마샤의 미스터리문학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는 전년보다 60% 늘어난 731편이 접수됐다. 가도카와의 라이트노벨 문학상 '덴게키소설대상'은 40% 증가한 5088편, 신초샤의 순수문학상 '신초신인상'은 30% 늘어난 3518편을 기록했다.

일본 출판계는 아마추어 창작 열기와 생성형 AI의 작문 능력 향상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소설과 시집 등을 직접 판매하는 문학작품 전시·판매 행사 '분가쿠 후리마(문학 플리마켓)'에는 지난 5월 역대 최대인 1만8000명 이상이 몰렸다. AI를 이용하면 장기간 습작하지 않아도 일정한 형식을 갖춘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외부 평가를 받고 싶은 수요가 문학상 응모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출판사로서는 응모작 증가가 반갑지만은 않다. 공모 신인문학상은 인기 작가로 성장할 인재를 발굴하는 핵심 통로지만 응모작이 늘면 심사 비용도 불어나기 때문이다.

일본 문학상은 통상 문학평론가와 작가, 편집자 등의 1~3차 심사를 거친 뒤 유명 작가들이 최종 수상작을 결정한다. 초기 심사를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면 작품당 수천엔이 들어 응모작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출판사 부담이 해마다 수백만엔씩 늘어날 수 있다.

이에 출판사들은 규정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하야카와 SF 콘테스트는 다음 대회부터 생성형 AI를 어느 부분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밝히도록 하고 복수 응모도 금지한다.

문학평론가 시미즈 요시노리는 "잡지 불황 속에서 공모 문학상을 경제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하다"며 "앞으로 신인문학상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본심사에 앞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AI 작품을 걸러내는 도구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소설을 일률적으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스기야마 다쓰야 문예지 '신초' 편집장은 "AI로 소설을 쓴다면 AI만이 쓸 수 있는 날카롭고 독창적인 표현을 추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이케타니 신고 아사히신문출판 편집위원은 "응모작을 쓴 것이 AI인지 인간인지 내가 과연 가려낼 수 있을지 시험받는 기분"이라며 "솔직히 두렵다"고 털어놨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생성형 AI #신인문학상 #일본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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