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산 형성 사다리 걷어차나"…ISA 개편안에 뿔난 2030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생산적 금융 ISA서 국내 상장 해외 ETF 제외
일반 ISA는 만기 제한·미사용 한도 이월 폐지
"매년 2000만원 넣을 수 있는 청년 얼마나 되나"
정부 재검토에도 "언제 또 바뀔지 못 믿어"

코스피가 전 거래일 보다 360.42포인트(5.98%) 하락한 5663.24에 마감한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보다 360.42포인트(5.98%) 하락한 5663.24에 마감한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청년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내놓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을 두고 2030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기존 ISA의 장기 운용 이점을 축소하고 해외투자 선택지도 좁혀 사실상 국내 증시 투자를 강요한다는 취지다.

19일 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자산 투자에 세제 혜택을 집중한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고, 일반 ISA의 계약 기간과 납입 방식을 제한하는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적금융 ISA는 연간 2000만원씩 총 2억원까지 최장 10년간 납입할 수 있다.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해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하고, 청년형 가입자에게는 납입금의 10%를 소득공제해준다. 다만 국내 증시에 상장됐더라도 S&P500이나 나스닥100 등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담을 수 없다.

반면 국내 상장 해외주식형 ETF에 투자할 수 있는 일반 ISA는 총 납입 한도 1억원을 유지하되 계약 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미사용 연간 한도 이월 제도를 폐지한다. 5년마다 계좌를 정산해야 해 손익통산·과세이연 혜택도 장기간 누릴 수 없게 된다.

결혼이나 '내 집 마련' 등에 필요한 목돈을 모으기 위해 기존 일반 ISA를 활용해온 청년들은 이번 개편안이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영상 제작 프리랜서 이모씨(31)는 결혼 자금 준비를 목표로 지난 2월 만기를 2031년으로 정한 ISA를 개설했다. 그는 올해 연간 한도 2000만원 가운데 500만원만 납입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미국 반도체 기업 중심 ETF를 매수했다. 추가 프로젝트 수입이 생기면 그때까지 이월된 한도를 활용해 목돈을 한꺼번에 납입할 계획이었다.

이씨는 "매년 2000만원씩 꼬박꼬박 넣을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청년 자산 형성을 돕겠다면서 총 한도 1억원을 늘려주지는 못할망정 이월부터 막는 건 소득이 불규칙하거나 당장 여윳돈이 없는 청년의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ISA에 넣지 못하는 돈은 '미국 직투'나 고금리 예금으로 돌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ISA에 가입한 주류 업계 직장인 김모씨(32)는 서울 아파트 마련에 보탤 종잣돈을 키우기 위해 국내 상장 S&P500 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해왔다. 당초 김씨는 의무 가입 기간 이후 계약 기간을 장기로 연장해 계좌 내 자산을 계속 운용하면서 세금 납부도 미룰 예정이었다. 김씨는 "정부가 장기투자를 유도한다면서 5년마다 계좌를 정산해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세금으로 빠질 돈까지 계속 굴려 복리 효과를 보려던 계획이 틀어졌다"고 말했다.

생산적 금융 ISA를 두고는 투자 대상이 국내 자산으로 한정된 탓에 가입 유인이 크지 않다는 청년들도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직장인 박모씨(28)는 국내 상장 미국 지수 ETF를 담을 수 없는 데다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주식형 ETF의 매매차익은 일반 계좌에서도 비과세라는 점을 따져본 뒤 가입을 포기했다.

박씨는 "최근 변동성이 커진 국내 증시에만 투자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해온 미국 대표지수에도 분산투자하고 싶었는데 선택지에서 빠져 실망했다"며 "대부분 국내 종목의 배당·분배금도 크지 않은 점까지 감안하면 비과세 혜택이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 증시로 자금을 끌어들이려는 제도로 느껴져 다소 거부감이 든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일반 ISA의 납입 한도 이월 폐지와 계약 기간 제한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편안 발표 직후 손질에 나서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믿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기 고양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하는 강모씨(31)는 "일부 내용을 되돌리더라도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정책을 신뢰하고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기 힘들다"며 "추가 가입 신청이 열리면 원금이 보장되고 정부 기여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청년미래적금에 가입할 생각"이라고 했다.

[email protected]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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