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낡은 가공장·부실한 서류… 대기업도 美·EU 기준 못넘었다[수출 발목잡힌 K축산물]

박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하림·동원F&B 생산라인 녹슬고
롯데·CJ, HACCP 검증내용 누락
엄격한 해외 위생 눈높이 못미쳐
세계 73개국에 와규 수출하는 日
보조금 받아 수출용 도축장 운영

고품질 한우 생산체계 구축에 나선 전북 임실군의 한 축산농가에서 한우를 사육 중이다. 뉴시스
고품질 한우 생산체계 구축에 나선 전북 임실군의 한 축산농가에서 한우를 사육 중이다. 뉴시스

국내 축산물이 세계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해 K푸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선 선진국 수준으로 위생기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축산물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선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준으로 축산물 위생기준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7일 미국 농무부 산하 식품안전검사국(FSIS)과 EU 집행위원회 식품안전총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내 주요 식품기업 도축장 및 가공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감사에서 대기업들도 낙제점을 받았다.

하림 익산공장과 동원F&B 김천공장은 제품 생산라인 상부 천장에 녹이 슬거나 실리콘을 과도하게 사용한 점이 문제가 됐다. 롯데웰푸드와 CJ제일제당 진천공장은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검증 서류에 수행 시간과 결과를 기재하지 않거나, 제조 공정도 및 위해요소분석표에 '반품 제품 처리 절차'를 누락하는 등 서류 관리가 미비했다. 롯데웰푸드 김천공장은 작업자가 생산구역을 벗어나 화장실을 이용할 때 작업복이나 위생모를 교체하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 다만 해당 공장 실사는 수출용 제품이 아니었으며, 실사 이후 기업들은 식약처와 함께 해당 내용을 개선해 현재는 HACCP에 맞춰 생산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한우를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국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산 와규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위생 및 검역 시스템을 인정받아 미국과 EU를 포함한 전 세계 72개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우가 미국과 EU 등 거대 시장의 엄격한 위생기준을 뚫지 못해 수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일찍이 와규 수출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삼고, 사육 단계부터 미국과 EU의 까다로운 위생요건에 맞춘 수출 전용 도축 및 가공장을 운영해 왔다. 또한 소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수출될 때까지 개체식별번호를 부여해 완벽한 이력 추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농림수산성은 위생 시설 개선비용 등 전폭적인 보조금 지원에 나섰다.

반면 한우는 과거 구제역 발생과 이에 따른 백신 접종 여파 등으로 수출국 다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미국과 EU는 엄격한 구제역 청정국 지위와 높은 위생 수준을 요구하고 있어, 선제적으로 백신을 상시 접종하고 있는 한우는 당장 수출협상 테이블에 앉기조차 쉽지 않다. 돼지고기 역시 구제역 등을 이유로 수출길이 막혔다.

국내산 소고기 및 돼지고기 수출이 막히면서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판로도 연쇄적으로 막히는 구조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가령 내수용 신라면에 쓰이는 소고기 베이스를 미국 수출용 제품에는 사용하지 못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식품기업들은 내수용과 수출용 생산라인을 별도로 운영하거나 아예 미국 현지에 공장을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 다만 자본력이 부족해 별도의 생산라인 운영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수출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공식품만으로 K푸드를 알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한국이 베트남보다 국제적인 위상과 소프트파워가 높지만, 각국에 한식당보다 베트남식당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국내 농축산물의 수출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박경호 기자


#축산물 #위생기준 #K푸드 #미국 수출용 #식품기업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