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과 대화 시도… 이란전 무기부족·韓에 불만도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 배경
거래적 동맹관·대북외교 얽혀
美 여론 "어느 때보다 韓 필요"
中외교부, 한미훈련 축소 질문에
"한반도 문제 정치적 해결 필요"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하루 앞두고 미군 참여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와 훈련 비용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이란전쟁 이후 달라진 미국의 군사적·외교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에 막대한 전력을 투입하면서 미국의 핵심 무기 재고가 줄어들고 아시아에 배치됐던 군사자산까지 중동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동맹 비용 분담론과 대북 직접외교 구상이 맞물렸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결정을 이란전쟁 이후 미국의 군사자원 재배치라는 더 큰 흐름과 연결해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군사력을 집중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자산까지 중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한미훈련 축소를 넘어 미국이 중동과 인도·태평양이라는 두 개의 전략적 전선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이어진다. 중국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미국이 중동에 전력을 쏟아부으면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서는 미국의 역내 억제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실제 미국은 태평양에 배치됐던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번 결정에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적 동맹관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훈련 축소를 지시하면서 한국의 대이란 정책을 직접 끌어들였다. 한국이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비핵화에 우리와 함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과 이란 문제는 직접적인 군사적 연관성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안을 하나의 동맹 비용 문제로 연결했다.
허드슨연구소의 아시아 안보 전문가인 패트릭 크로닌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반도의 억지력을 유지하고 조선과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의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필요하다"며 "중동 전략 부재를 이유로 서울을 불이익에 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도 또 다른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김 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강조했다. 이는 집권 1기 때의 접근법과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면서 훈련 비용과 북한에 대한 자극을 이유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도 한미훈련을 축소해 북한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낸 뒤 김 위원장과의 직접 외교를 다시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북한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당시보다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이다. 북한은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을 재개했고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과 북한의 새로운 대화를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우리는 관련 보도에 주목했다"며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고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동하는 것은 각측(각 당사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평화·안정 수호'와 '정치적 해결 추동'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 유지해온 원칙적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