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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늘리고 공기 반년 줄여… 모듈러 주택 2만가구 공급 실험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연평균 발주량 늘려 단가 낮추고
제작·시공 병행해 공기 단축 장점
가구당 초과 공사비도 절반 지원
국토부 연내 법·제도 개선 추진
높은 공사비·물류비는 걸림돌

싱가포르의 56층 모듈러 주택 '애비뉴 사우스 레지던스' 연합뉴스
싱가포르의 56층 모듈러 주택 '애비뉴 사우스 레지던스' 연합뉴스

정부가 2027∼2030년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 물량을 2만가구로 늘려 공급 속도를 높인다. 공장 제작과 현장 시공을 병행해 통상 2년 걸리는 공사를 1년6개월로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반 공법보다 30% 높은 공사비와 대형 모듈의 운송·양중 비용이 사업성 확보의 관건이다. 발주 확대가 규모의 경제로 이어지고 공사기간 단축이 실제 입주 시기 단축으로 연결되려면 제도·물류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은 가능…공사비·물류비가 관건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8·13 부동산대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 물량을 2027∼2030년 1만2000가구에서 2만가구로 늘리는 방안을 담았다. 연평균 발주 물량을 3000가구에서 5000가구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공장 제작과 현장 시공을 병행하면 공기를 통상 3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봤다. 2030년까지 공공주택 건설 시 일반 공법 대비 가구당 7000만원인 초과 공사비의 약 50%를 재정으로 지원한다. 공공 발주를 마중물로 삼아 대량 생산과 단가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20층 이상 고층 모듈러주택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LH 의왕초평 A4BL은 22층 381가구 규모로 2027년 11월 준공할 예정이다. 또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하남교산 A1BL은 25층 400가구 규모로 2027년 2월 착공한다.

정부가 확대하려는 모듈러 공법은 국내외에서 이미 1990년대 아파트 건설에 적용된 바 있다. 당시 대우건설이 자체 개발한 대우 빌딩 시스템(DWS·DAEWOO BUILDING SYSTEM)은 3차원 콘크리트 모듈을 제작·마감한 뒤 수송·조립하는 입체식 적층 공법이다. 이 공법으로 하와이와 창원·부산·김해에서 총 2104가구를 준공했으며 핵심 공정은 1997년 미국 특허를 받았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는 "기술적으로는 20층이든 30층이든 상관이 없다"며 "동절기가 긴 러시아·극동처럼 현장 공사가 장기간 제한되는 지역에서는 모듈러 공법의 공기 단축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성에 대해서는 "별도 생산시설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비용이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56층까지…제도·공급망도 과제

해외에서는 고층 모듈러주택의 기술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싱가포르는 공장에서 마감재와 설비를 갖춘 3차원 모듈을 제작하는 PPVC 공법을 활용한다. 싱가포르 건설청(BCA)에 따르면 2014년 11월부터 정부 토지 매각 사업의 일부 공동주택 용지에는 PPVC 적용이 의무화됐다. 56층 2개 동, 1074가구 규모의 '애비뉴 사우스 레지던스'도 이 방식으로 지어졌다.

BCA는 PPVC 적용 과정에서 생산·운송·현장 관리 여건을 함께 고려하도록 안내한다. 설계 단계부터 제작사와 시공사의 참여를 권고하고 △모듈 중량 △운송 경로와 현장 진입 여건 △크레인 배치 △모듈의 적기 반입·설치 등을 주요 조건으로 제시한다.

최 교수는 "공장에서 일정하게 작업하기 때문에 현장 시공보다 품질이 좋아질 수 있다"면서도 "모듈러주택의 가장 큰 문제는 이동이다. 생산시설이 현장과 멀면 대형 모듈 운송이 어렵고, 설치할 때는 크레인으로 쌓아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도 이번 대책에서 인증체계 부재와 발주절차 미비 등으로 모듈러 공법 확대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내 모듈러 특별법 제정과 발주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모듈러 방식의 매입임대 시범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결국 의왕초평·하남교산 고층 시범사업은 모듈러주택의 품질과 비용 경쟁력, 공급 속도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최 교수는 "정부가 공공주택의 추가 비용을 계속 지원하기는 어렵고, 공법이 개발되더라도 민간 시장으로 확산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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