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지지율 급락, '레드팀'에 거는 기대
李대통령 지지율, 긍정·부정 역전
특정사건 연루 없는 급락 '이례적'
형소법 개편, 정부세제안 민심자극
국정장악력 약화, 정책영향력 축소
상황악화에도 시스템적 보완 미비
민주당 새 지도부 '레드팀' 맡아야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추이가 심상치 않다. 취임 후 처음으로 긍정과 부정 평가 추세가 역전됐다. 한국갤럽을 비롯한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 나타난 공통적 현상이다. 긍정 흐름이 부정 흐름을, 위에서 아래로 뚫는 '데드크로스'다. 한국갤럽은 8월 둘째 주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44%로 집계했다. '부정적' 평가는 46%였다. 더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은 낙폭이다. 갤럽 기준 5월 셋째주 지지율은 64%였다. 3개월여 만에 20%p 내려앉았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초 '허니문 기간' 때 높다.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가 이후 하락 추세를 이어간다. 역대 대통령들의 상황도 같았다.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높은 지지율을 상당기간 유지했다. 첫 데드크로스는 1년 이상 걸렸다. 반면 노무현·이명박·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고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1년 가까이 6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한 건 이례적이다. 비상계엄, 탄핵을 겪은 국민들의 안정 희구 심리에다 주식시장 호조, 적극적 정책 행보가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큰 낙폭과 더불어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른 지지율 궤적에 주목한다. 통상 대통령 지지율은 특정사건들과 연루되면서 임기 2년 차부터 점차 떨어진다. 임기 말에는 바닥을 본다. 김대중 대통령은 옷 로비 파문과 가족·측근 비리로,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와 부동산 폭등이 지지율 하락의 트리거였다. 이 대통령은 그런 사건이 없다. 증시와 부동산, 청년 문제와 형사사법 개편 등 민심 이반 요소가 다양하다. 대형 악재 하나가 아니다. 서로 다른 중형급 악재들이 동시에 덮친 셈이다.
여기에다 신뢰 위기, 혼란까지 더해졌다. 이 대통령은 형사사법 개편 관련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일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내왔다. 하지만 보완수사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최근 내놓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과거 메시지와 결이 완전히 달랐다. 민심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지율은 국정의 동력이다. '대통령의 말발'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책의 파괴력이 약해진다. 정부 장악력도 떨어진다. 국정 성공을 위해서는 지지율 반등에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 연임제 혹은 중임제 개헌론과 같은 이벤트성 처방이나 개각만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민심을 파고드는 치료제가 될 수 없어서다. 더 나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선례다. 코로나19 방역과 총선 승리로 70% 전후까지 지지율이 올랐지만 부동산 문제가 부각되자 30%대로 추락했다.
손쉬운 진통제 처방은 병을 더 악화시킨다. 근본이 중요하다. 지지율 하락을 초래한 원인을 직접 다뤄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공급 확대와 임대시장 안정이라는 체감도 높은 정책에 무게를 둬야 한다. 청년 고용과 주거 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려야 한다. 민심이 떠난 데는 이유가 있다. 각각의 해법을 찾아 국민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됐지만 정책 허점을 보완하려는 시스템적 노력은 미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레드팀'이 보이지 않았다. '삼전닉스(삼성전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 후 부작용이 속출하자 "드러누워서라도 막아야 했나"라는 고위 당국자의 후회는 이견과 비판, 건설적 대안을 용인하지 않는 현 정부 내 일방적 분위기를 대변한다. 신뢰를 먹고 사는 시장엔 최악의 정책환경이다. 일방적 구조로 이뤄지는 정책 결정은 반드시 시장의 역습을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전당대회를 거쳐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에 기대를 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레드팀으론 집권 여당만 한 적임자가 없어서다. 당 대표 경선 TV토론에서 단초는 보였다. 토론 당시 송영길 후보는 "부동산은 투기고 주식은 투자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김민석 후보는 "(대통령의) 일정을 줄이고 시민의 공기를 마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판적 조언자들이 사라진 '그들만의 리그'를 반복하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은 멀어질 공산이 크다. 국면 전환의 유혹에 빠지기보다 정책 실패를 돌아봐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을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다 죽을 판인데 '친명(친이재명)'이 당을 장악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민심은 어리석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