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 '매수 실종'에 美 재무부 개입…바이백 2배 늘린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20년 만의 고점 수준으로 치솟자 미 재무부가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두 배 이상 확대한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회사채 발행 급증과 미 재정적자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장기채 매수세가 약해지자 재무부가 직접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이다. 발표 직후 30년물 국채 금리는 9bp(1bp=0.01%p) 급락했다.
미 재무부는 19일(현지시간) 장기 국채 시장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국채 바이백 규모를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이끄는 재무부는 최근 매수세가 급격히 약해진 10~20년물과 20~30년물 국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일 계획이다. 한 차례 바이백 최대 규모도 기존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늘린다. 확대된 바이백은 오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적용된다. 재무부는 "이번 바이백 규모 확대는 장기 명목국채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장기 국채 시장의 불안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물 시장에서는 지난 6월 말 이후 투자자들이 국채 매입을 꺼리는 이른바 '바이어스 스트라이크(buyers' strike·매수자 파업)' 현상이 나타났다. 국채 금리는 최근 거의 2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재무부 발표 직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6bp 떨어진 4.647%를 기록했고, 30년물 금리는 9bp 급락한 5.196%로 내려갔다.
최근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는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증가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장기채 보유에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 상승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국채를 사들이는 투자자층의 변화도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를 위한 대규모 회사채 발행까지 몰리면서 채권시장 전체의 공급 부담이 커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 국채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우량 회사채까지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다.
이번 조치는 재무부가 장기물 시장의 유동성 악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무부가 과거 발행한 장기 국채를 더 적극적으로 사들이면서 시장에 매수 수요를 제공하면 장기채 가격 하락과 금리 급등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바이백을 미국 정부가 국가부채를 줄이는 조치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무부가 기존 장기채를 사들이는 대신 다른 만기의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원포인트 BFG 웰스파트너스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것은 부채 상환이 아니다"라며 "단지 미 국채의 만기 구조를 재조정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바이백 확대는 국가부채 자체를 줄이는 정책이라기보다 장기물에 집중된 시장 압력을 낮추기 위한 유동성 관리 카드다. 최근 장기 국채 금리 급등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자금조달 비용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베선트 재무부가 장기채 시장 안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