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항공, SSC 신전략으로 'LCC 진화판' 노린다
올 상반기 영업손실 1628억...상황 역전 속도 빨라
[파이낸셜뉴스] 트리니티항공(티웨이항공)이 상반기 영업손실이라는 고통을 딛고 하반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환율 급등의 외부 충격을 견디며 선제적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 후 단순한 저비용항공사의 틀을 벗어나 '선택적 서비스'라는 혁신 전략으로 국내 항공산업의 지도를 다시 그리려 한다. 최신 중대형 항공기 도입과 자체 MRO(유지·보수·정비) 격납고 구축이라는 중장기 청사진까지 제시하며, 소노그룹의 호스피탈리티 유산을 항공 서비스에 녹이는 전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트리니티항공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조818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1628억원, 당기순손실 2281억원을 냈다. 수치만 보면 극심한 부진이지만, 경영진과 업계는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항공사의 원가에서 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경영진의 역량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충격이었다.
주목할 점은 트리니티항공의 대응 속도다. 업계 최초로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트리니티항공은 5월부터 6월 사이 전사적 구조조정에 나섰다. 비용 절감과 공급 조정에 그치지 않고 투자 우선순위를 철저히 재검토하는 동시에, 통제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손실 확대를 최소화하려 했다. 이는 단기적 수익성 회복을 넘어 회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기회로 작용했다.
상황이 역전되는 속도도 빨랐다. 최근 중동전쟁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8월 적용되는 항공유 가격은 최고가 대비 40% 이상 하락했고, 환율도 1400원대로 안정되고 있다. 휴전 협상이 성사되면 항공유 가격이 크게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리니티항공 경영진이 하반기부터 점진적 실적 개선을 예상하는 배경이다.
트리니티항공은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추진 중이다. 기재 현대화 전략이 대표적이다. 현재 트리니티항공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48대에 달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최대 규모다. 올해 말부터 에어버스 A330-900NEO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B737-8도 2027년까지 20대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A330-900NEO는 약 340석 규모로 기존 A330-200 대비 90석의 좌석이 증가하고, 연료 효율은 15~20% 향상됐다. 항속거리도 약 1만3300㎞까지 증대돼 유럽과 북미 장거리 노선 진출이 가능하다. B737-8 역시 기존 동급 기종 대비 연료 사용량을 15%, 탄소 배출을 13% 줄일 수 있는 신형기다. 이들 기재의 도입으로 2027년 말에는 전체 운영기재의 50% 이상이 친환경 고효율 기재로 전환될 예정이다.
기재 현대화의 의미는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선다. 항공유가 원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항공사의 숙명상 국제유가 변동성에 따른 민감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는 향후 유가 급등 시에도 실적 변동성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장기 수익성 안정화를 위한 투자로 해석된다.
특히 2027년 말 착공 예정인 인천국제공항 MRO 격납고 구축 계획이 주목된다. 이는 국내 풀서비스항공사(FSC)를 제외한 항공사 중 최초 시도다. MRO는 항공기 정비·수리·점검을 의미하는데, 자체 격납고가 완공되면 현재 외부 업체에 의존하던 중정비의 상당 부분을 자체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정비 비용 절감은 물론 정비 일정 관리 효율성도 비약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MRO 사업의 수익화 전략에 따라 자체 정비 역량을 갖춘 후 국내외 항공사의 정비 물량을 수주하면, 항공운송 외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도 기대된다. 항공 부문의 수익 악화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 추가적으로 기존에 해외 정비업체에 지급하던 외화를 절감하고, 타 항공사 정비 수주로 인한 수입은 외화로 유입돼 자연적 환헷지 효과까지 얻게 된다.
노선 전략도 획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양적 성장에서 수익성 중심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고비용 구조의 중장거리 노선은 수익성을 면밀히 분석해 스케줄을 조정했고, 수요 부족 노선은 공급을 줄이되 야간 시간대 유휴 항공기를 활용해 수익성 높은 일본 노선을 증편했다.
특히 중국 노선 확대가 주목을 끈다. 중국 시장은 중국발 방한 수요 확보뿐 아니라 일본, 미주 노선과의 환승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노선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는 국내 항공사들이 중국 시장의 회복에 따른 수요 변화를 얼마나 민첩하게 포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트리니티항공은 'SSC(Selective Service Carrier, 선택적 항공 서비스)'라는 혁신 개념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기존 풀서비스항공사의 획일적 프리미엄 서비스와 저비용항공사의 극도로 축소된 서비스라는 양극단에서 벗어나, 노선 특성과 고객 목적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라며 "단거리 노선에서는 합리적 운임과 높은 운영 효율성을 유지하고, 중장거리 노선에서는 서비스를 강화해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해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 '효율적 서비스 항공사'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