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민영화 논쟁 심화…노조 "국가 전략 개입 우려" vs 업계 "소유와 통제 분리 가능"
[파이낸셜뉴스]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노조가 한화 인수에 전면 반발하고 있다. 업계가 강조하는 '소유와 통제의 분리' 논리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AI 노조는 수직계열화에 따른 협력사 배제, 인재 유출, 산업생태계 붕괴 등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주장들은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노조의 해석일 뿐, 실제 발생 여부는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는 민간 소유 후에도 방위사업법상 규제로 국가 통제가 유지된다고 주장한다. 업계에 따르면 발주권과 예산 투입은 여전히 정부가 결정하며, 계약 과정에서 공정위 심사도 진행된다. 하지만 노조는 다른 입장이다. 노조는 소유구조가 바뀌면 경영진 인사권, 예산 배분, 사업 우선순위 결정이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법적 규제가 살아있어도 최대 주주가 정부에서 특정 그룹으로 전환되면 회사의 실질적 의사결정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우려다.
노조가 강조하는 것은 지분 구조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적 개입 여부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로크히드마틈, 보잉과 같은 미국 방산기업도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수출통제, 안보심사(CFIUS) 등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중국의 AVIC, 이스라엘의 IAI, 튀르키예의 TA는 100% 정부 지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의 HAL도 72% 정부 지분을 보유한 국영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화가 제시한 사례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글로벌 방산 선두주자들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국가들의 전략이 더 참고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초기 기술 성숙도와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정부 주도로 성장시키는 방식이 글로벌 트렌드라고 주장했다. 락히드마틴, 보잉, 노스롭그루먼, 에어버스, 레오나르도 등 글로벌 방산 강국들도 초기에는 정부 주도의 성장 경로를 밟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K-방산의 최근 급성장이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안보 환경 악화와 유럽 방산이 준비되지 못한 틈에 전문화된 각 기업이 역할을 다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현 시점에서 유럽 방산이 본격적으로 재건되고 있는 상황에서 K-방산이 경쟁하려면 대형화보다는 각 전문 기업의 기술 성숙도를 높이는 방향이 맞다고 주장했다. 섣불린 대형화는 K-방산을 기술 경쟁에서 가성비 경쟁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우려다.
업계는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업계는 글로벌 방산업계의 대형화 추세 속에서 한국 방산도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는 한화의 인수가 KAI의 재무 악화를 해결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한화의 주요 방산 플랫폼 개발 사례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노조는 한화가 자체 개발한 게 아닌 만큼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삼성테크윈과 두산 DST 인수 이후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KAI 인수 후에도 유사한 형태의 사업 재편이 예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소유 KAI는 미래 사업 기반 구축을 위한 기술 중심 경영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일부 사업이 적자여도 국가 자주국방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하지만 한화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구조조정이 사업 효율화의 필수 과정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는 한화가 인수 후에도 기술 중심의 경영을 유지할 것이며, 방위사업법상 규제가 이를 보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장기 개발사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도 쟁점이다. 노조는 항공기 플랫폼 개발이 20년 이상의 개발 기간과 30년을 넘는 수익화 기간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KF-21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단기 수익 중심의 민간기업 의사결정은 사업을 기형화하거나 외국산 항공기 도입에 따른 협력 물량 중심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업계는 민간기업도 정부 발주에 따라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 계약과 원가 검증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입장이다.
수직계열화의 부작용에 대한 노조의 우려도 주목된다. 노조는 한화 인수 시 경쟁 부품업체를 배제하고 계열사 제품만 채택하는 '봉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항공우주산업이 KAI를 단일 플랫폼 기업으로 하고 한화, LIG 등이 부품을 납품하는 생태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수직 계열화 시 성능이나 기술 우위와 무관하게 한화 계열사 제품만 활용되는 구조가 되어 국산 항공기의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0여 년간 KAI와 함께 성장해온 핵심 협력사들의 기술이 사장될 우려도 있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이 부분을 중점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경쟁 부품업체 배제 여부'를 심사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의 사례에서 공정위는 시정조치를 3년 연장했는데, 이는 위반이 없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노조는 시정조치 연장이 여전히 시장집중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화의 55조원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노조는 우려를 제기했다. 우주발사체 23조원, 저궤도위성 및 우주 AI 데이터센터와 통신망 구축에 20조원이 편성되어 있는데, 전체의 78%인 43조원이 제주와 순천에 투자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재 항공우주 산업의 거점인 사천이 제외된 구조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KAI 인수 시 사천의 우주항공 엔지니어와 인프라가 제주, 순천으로 이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인재 유출과 지역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화의 투자 계획이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는 사천 지역의 기존 항공우주 인프라가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방산업계의 대형화 추세가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노조의 주장도 있다. 노조는 미국 국방부의 2022년 보고서를 인용했다.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는 방산업계 통합으로 인한 공급망 취약성, 기술 혁신 저하, 소수 계약자 의존도 확대의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일부 섹터에서는 비용까지 증가했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노조는 또 1993년 미 방산업계 대형화를 주도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발언을 인용했다. 페리 전 장관이 자신의 정책을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통합"이라 평가했으며, 이로 인해 방산 경쟁력이 떨어지고 높은 간접비가 지속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는 입장이다. "90년대 교훈을 되새겨 더 이상의 합병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는 페리 전 장관의 언급도 노조는 제시했다. 실제 2022년 미 연방거래위원회가 독과점 우려로 록히드마틴의 에어로젯 로켓다인 인수를 저지했다는 사례도 노조가 언급한 바다.
업계 측은 미국의 사례가 그대로 한국에 적용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는 한국의 방산 체계와 시장 규모가 미국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한화가 제시하는 원가관리의 검증에 대해서도 노조는 의문을 제기했다. 노조는 검증이 이해상충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한화가 KF-21 엔진만 언급하지만 항공전자 등 다양한 LRU 부품을 KAI와 직접 계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에 따르면 검증되는 것은 원가지만, 어떤 업체를 선정하고 항공기에 어떤 기술 사양을 적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개발 주관 기업인 KAI의 판단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것이 한화 경영진의 의사결정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방위사업법상 감시체계가 이를 관리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KAI의 단기 재무지표 악화를 민영화 근거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노조는 반발했다. 노조는 영업이익 감소와 부채비율 상승이 양산 전환기의 일시적 선투자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KF-21, FA-50 같은 다년도 개발 및 양산 프로그램은 특정 시점의 재무제표만으로는 건전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KAI의 구조적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업계는 민영화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