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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현대차, 1999년의 승부수가 통했다

파이낸셜뉴스

현대차 당시 판매 순위 세계 13위
동생인 정몽준 피파 부회장 말듣고
정몽구 회장이 피파와 스폰서 계약
27년간 월드컵 공식 파트너십 지속
현대차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높여
세계 최상위권의 자동차기업 성장

조성관 작가, 지니어스 테이블 대표
조성관 작가, 지니어스 테이블 대표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끝난 지 어느덧 한 달여. 22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흑자를 남긴 이번 월드컵은 여전히 풍성한 뒷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박수를 많이 받은 나라는 인구 58만명의 아프리카 섬나라 카포베르데. 첫 출전에 32강에 진출했을 뿐 아니라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강호들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쳐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월드컵 최고의 골도 32강전 아르헨티나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카포베르데 수비수 카르발이었다. 응원 면에서 이목을 집중시킨 팀은 단연 노르웨이팀. 그들은 '바이킹 노젓기'로 한때 유럽을 호령한 바이킹 시대의 웅혼한 기상을 불러냈다.

한국대표팀은 참담한 경기력으로 감독과 협회장이 청문회에까지 섰지만 축구팬들은 개막전부터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장에서 90분 내내 돌아가던 HYUNDAI 광고에서 위로와 함께 자부심을 느꼈다.

1999년 세계 자동차사 판매량 랭킹을 찾아 건조한 순위를 읽어내려 간다. 1위 GM, 2위 포드, 3위 도요타, 4위 다임러크라이슬러, 5위 폭스바겐….

이번에는 같은 연도의 세계 자동차사 브랜드파워 랭킹을 보자. 1위 GM, 2위 포드, 3위 도요타, 4위 폭스바겐, 5위 오펠, 6위 혼다, 7위 닛산…. 1~5위는 판매량 순위와 거의 비슷하다.

1998년까지 FIFA의 자동차사 공식 파트너는 GM이었다. 프랑스월드컵 당시 경기장 광고판에는 GM의 유럽 자회사 '오펠(Opel)'의 브랜드가 떴다. 판매량 순위와 브랜드 파워, 어디에서도 10위 안에 '현대(HYUNDAI)'는 보이지 않았다. 1999년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판매순위에서 간신히 13위를 차지했을 뿐.

FIFA는 프랑스월드컵을 끝으로 GM과의 공식 파트너 계약이 종료되자 새로운 파트너를 입찰에 부친다. 이때 판매량과 브랜드파워에서 언더독(Underdog)이던 현대차가 입찰에 참여해 공식 파트너 자격을 따냈다. FIFA의 스폰서 선정은 입찰 세부사항이 비공개다. 자금력 등 여러 현실적인 조건으로 미뤄 GM이 참여했을 것이라는 일치된 추정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경쟁사의 제안을 뛰어넘는 조건을 제시해 공식스폰서 계약을 따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나는 캐나다 토론토에 연수특파원으로 나가 있었다. 그때 간접적으로 북미 대륙에서 축구의 초라한 위상을 실감했다. 월드컵이 무관심 속에서 진행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축구는 찬밥 신세였다.

2002 한일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는 누구나 아는 대로 정몽준 FIFA 부회장. 그는 축구의 힘과 영향력을 정확히 꿰뚫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1999년 당시 현대차는 현대그룹 계열사였다는 사실이다.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 부문을 독자 경영하던 시기다.

2026북중미월드컵 결승전 HYUNDAI 광고판. 조성관 작가 제공
2026북중미월드컵 결승전 HYUNDAI 광고판. 조성관 작가 제공

정 회장은 FIFA 부회장인 동생의 말에 설득되어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렸다. FIFA 공식 파트너 입찰에 올인했고, 기적처럼 공식스폰서 계약을 따냈다. 이후 현대차는 FIFA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유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세계 최상위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도요타자동차는 1999년 판매량과 브랜드파워에서 세계 3위. 그런 도요타자동차는 월드컵 기간만 되면 꼬리를 감춘다. 여자월드컵을 포함한 FIFA가 주관하는 모든 경기에 'HYUNDAI'가 등장한다.

1938년 일본 아이치현 고로모에 거대한 자동차공장 단지가 준공된다. 도요타자동차 공장이다. 일본 방직기왕(王) 도요다 사키치의 아들 기이치로가 6년여 준비 끝에 완성한 대역사였다.

같은 해 소학교 졸업이 전부인 정주영은 경성 한복판에 쌀가게 경일(京一)상회를 연다. 경성 제일의 쌀가게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고향에서 맨주먹으로 가출한 지 4년 만이다. 쌀가게로 돈을 모은 아산은 자동차정비소를 거쳐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차린다. 이때 '현대'가 처음 세상에 나왔다.

세계인은 2030년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월드컵에서도 'HYUNDAI'를 보게 된다. 축구는 지구상의 모든 스포츠를 합친 것보다 힘이 세다. 인간의 수렵본능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이번 월드컵에서 또 한번 확인했다.

조성관 작가, 지니어스 테이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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