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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 많은데 왜 더 아플까"… 농업인의 역설 [헬스통계]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육체노동 많은데 왜 더 아플까"… 농업인의 역설 [헬스통계]

[파이낸셜뉴스] 육체노동이 많은 직업일수록 건강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농업 종사자의 대사증후군 보유율이 비농업인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MI한국의학연구소는 지난 2022~2025년 KMI 전국 건강검진센터 수검자 약 364만명의 자료를 활용해 농업 종사자와 비농업인의 건강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전체 분석 대상 가운데 농업 종사자는 6만8499명(1.9%)이었다.

농업 종사자는 60세 이상 비율이 74.2%에 달해 비농업인보다 고령층 비중이 크게 높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령 차이가 건강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농업 종사자와 비농업인의 연령 분포를 동일하게 맞춘 뒤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대사증후군 보유율은 농업 종사자 49.8%, 비농업인 42.7%로 농업 종사자가 7.1%p 높았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높은 혈압과 혈당, 이상지질혈증 등 여러 대사 이상이 한 사람에게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다. 이번 분석에서 농업 종사자는 연령을 동일하게 조정한 이후에도 비만·고혈압·당뇨병 등 주요 대사질환 지표가 전반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농업 종사자의 대사질환 부담을 단순히 고령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농업은 반복적인 육체노동과 계절에 따른 작업량 변화 등 일반적인 직업군과 다른 노동 특성을 갖는다. 이번 분석에서는 농업 종사자의 WHO 권고 기준 유산소·근력운동 준수율이 비농업인보다 낮게 나타나는 등, 육체노동이 많다는 사실과 건강을 위한 규칙적·구조화된 운동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양상도 확인됐다.

농업 종사자, 만성질환 위험은 크고 치료 의지는 강했다

비만(BMI 기준)에서 정상체중 비율은 비농업인 35.6%, 농업 종사자 28.7%로 농업 종사자가 약 7%p 낮았다. 비만 1단계(BMI 25~30)는 비농업인 33.2% 대 농업 종사자 39.4%, 비만 2단계(BMI 30~35)는 4.0% 대 5.8%로 농업 종사자의 비만도가 전반적으로 높았다. 과체중·비만을 합치면 농업 종사자의 약 절반(45.8%)이 해당됐다.

고혈압 유병률은 비농업인 42.8%, 농업 종사자 47.8%로 농업 종사자가 약 5%p 높았다. 고혈압 전단계 비율도 비농업인 67.3% 대 농업 종사자 72.7%로 차이가 컸다. 정상 혈압군은 비농업인 28.6%, 농업 종사자 22.6%였다.

당뇨병 유병률은 비농업인 20.5%, 농업 종사자 25.9%로 농업 종사자가 유의하게 높았다. 당뇨병 전단계와 당뇨병을 합한 잠재적·실질적 위험군 비율은 비농업인 65.3%, 농업 종사자 71.5%로, 농업 종사자 10명 중 약 7명이 혈당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비농업인 75.5%, 농업 종사자 75.2%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연령을 통제한 뒤 격차가 사라진 것으로, 이상지질혈증은 직업적 특성보다 유전·노화 요인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미 진단을 받은 사람의 치료 지속성(약 복용 비율)은 세 질환 모두에서 농업 종사자가 비농업인보다 높았다. 고혈압은 비농업인 96.3%, 농업 종사자 97.1%, 당뇨병은 비농업인 96.0%, 농업 종사자 97.1%, 이상지질혈증은 비농업인 93.8%, 농업 종사자 95.5%이었다.

반면 인지율(유병자 중 공식 진단 경험 비율)과 치료율(유병자 중 현재 약 복용 비율)은 직업군 간 격차가 크지 않거나 질환에 따라 우위가 엇갈렸다. 고혈압·당뇨병 인지율은 농업 종사자가 소폭 낮았고, 이상지질혈증은 소폭 높았다. 결과적으로 농업 종사자는 진단 후에는 성실하게 치료한다는 강점이 있는 반면, 스스로 질병을 인지하고 치료에 진입하는 단계에서는 비농업인과 유사한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확인했다.

담배·술엔 관대하고 운동엔 인색…검진 제도는 여성에만 국한

현재 흡연율은 비농업인 11.6%, 농업 종사자 30.3%로 농업 종사자가 약 2.6배 높았다. 누적 흡연량 20갑년 이상 중증 장기 흡연자 비율도 비농업인 10.0% 대 농업 종사자 21.6%로 농업 종사자가 약 2.2배 높았다.

고빈도 음주(주 5회 이상) 비율은 비농업인 2.6%, 농업 종사자 16.5%로 농업 종사자가 약 6.3배, 고위험음주 비율은 비농업인 12.1%, 농업 종사자 17.3%로 농업 종사자가 5.2%p 높았다.

반면 WHO 권고 기준 유산소 운동 준수율은 비농업인 29.0%, 농업 종사자 24.9%, 근력 운동 준수율은 비농업인 29.2%, 농업 종사자 20.1%로 농업 종사자가 더 낮았다. 매일 육체노동을 하더라도 규칙적·구조화된 유산소·근력 운동과는 질적으로 다르고, 농한기 활동량 급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현재 국가 차원의 농업인 특화 건강검진은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51~80세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특수건강검진이 유일하다. 근골격계·심혈관계·골절위험도·폐질환·농약중독 감식 등 농업 노동에 특화된 항목을 포함하고 있으나, 농업 종사자 중 남성 비율이 58.3%에 달하는 현실에서 남성을 제도적 사각지대에 두는 한계가 있다.

안지현 KMI 수석상임연구위원(내과 전문의)은 "농업 종사자에서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만성질환 위험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만큼, 건강검진 단계에서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 생활습관 관리와 치료로 연계하는 예방적 접근이 중요하다"며 "농업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고려한 건강관리와 검진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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