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노조 "모든 금융회사 지방 가면 예보도 이전해야"
24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
"전문인력 이탈 우려 커"
[파이낸셜뉴스]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지방 이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예보 노조는 일부 금융회사가 지방으로 이전을 추진 중이지만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서울에 밀집해 있는 만큼 금융 위기 초창기 신속한 대면 대응을 위해 예보가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보 노조와 금감원 노조는 24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예보·금감원의 지방이전 계획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두 기관 노조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금융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바일 거래가 일상이 된 최근 금융 위기의 초기 몇시간 대응이 필요한데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의 대응에는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발생 시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기관 간 물리적 거리가 위기 대응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보와 금감원 노조는 "주요 업무 대상인 금융회사 본점과 금융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면서 "전국 은행예금의 60%가 서울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그룹이 인천 청라로 이전하고 있고, 대전에 본점이 위치한 신협중앙회의 사례처럼 금융회사의 지방 이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질문에 김영현 예금보험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일부 금융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금융 위기 초기에 현장 대응을 해야 하는 예보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면서 "모든 금융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예보도) 이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위기 발생 시 '초기 대응을 전화 등 유선상으로 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사태 당시때 보았듯 현장으로 직접 가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 노조는 지방이전이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우 금융감독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조선소가 바다 곁에, 공항이 하늘길 열리는 곳에 있듯이 금융회사에 밀착해 감시, 감독해야하는 금감원의 입지는 너무 당연하다"면서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회사가 건전성을 갖추고 금용소비자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금감원의 지방 이전은 금융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방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전문 인력의 대규모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본점 이전 후에도 근무를 계속하겠다는 직원은 네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20~30대 실무 직원은 열 명 중 한 명 수준으로 파악됐다. 노조는 실무진 다수가 회계사, 변호사, 계리사 등 금융·법률 전문 인력인 만큼, 이들의 이탈이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이전이 청년 세대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노조는 청년 직원들이 가족, 주거, 경력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무지 강제이전이 청년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왜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가 미래세대의 희생 위에서 이뤄져야 하는가"라며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예금보호기구는 모두 수도에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근무지 강제이전의 피해는 2030 청년층 등 젊은 세대에게 가장 불공정하게 전가된다"면서 "청년의 기회 보장을 말하면서 동시에 청년의 삶을 뒤흔드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청년세대는 인생 첫 직장을 이제 막 결정하였고, 지금도 가족과 주거 계획, 경력 개발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동시에 짊어진 채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이전 정책이 청년 직원의 생애 주기 전체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email protected] 박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