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실종 허위 종결' 논란 제주경찰…14년 만에 아버지 찾은 유족 국가배상은 기각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실종 신고 시점 특정돼야...당시 예규상 수배해제 가능성도

제주지방법원. 연합뉴스
제주지방법원.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실종된 30대 여성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면서 담당 경찰관의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의 실종자 관리 과정에서 중대한 직무상 하자가 있었는지를 둘러싼 진상 규명과 함께 향후 법적 책임 범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과거 제주에서도 장기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변사자의 유족이 경찰의 실종자 관리 소홀을 이유로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례가 있다. 당시 법원은 경찰의 직무상 위법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이날 오전 제주시 한림읍 인근에서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최초 신고를 처리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은 장씨와 실제 통화하지 않고도 "통화해 안전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사건을 임의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경장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담당 경찰관의 허위 종결 의혹이 형사사건으로 번지면서 향후 국가배상 책임이 문제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국가배상이 이뤄지려면 직무상 위법행위뿐 아니라 손해 발생과의 인과관계 등이 인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주지법 송현경 판사는 2021년 6월 망인 B씨의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는 2002년께 가출한 뒤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가 2005년 제주시의 한 임야에서 신원불상의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부검과 유전자 감정 등을 진행했지만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고 2007년 사건을 내사종결했다.

유족들은 2004년께 경찰에 아버지의 실종을 신고했는데도 경찰이 전산수배와 실종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신원 확인이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B씨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자녀 중 한 명이 2018년 경찰에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한 뒤였다.

이듬해 변사체의 유전자와 친부관계가 성립할 확률이 99.9999%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유족은 약 14년 만에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이후 경찰의 실종자 수배·관리 소홀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자녀 1명당 3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찰의 직무상 위법행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B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언제 됐는지 확인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점이었다. 유족은 소송에서 2004년 4월께 신고했다고 주장했지만, 2019년 국민신문고에 올린 민원에는 가출·신고 시점을 2002년으로 기재했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한 신고를 한 시기가 언제인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는 이 사건에 제출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당시 가출인 수배제도가 현재와 달랐다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2003년 7월 예규 개정 전에는 가출인을 전산수배한 뒤 1년간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수배를 해제하도록 했다. 2004년 3월부터 이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났고, 2005년 11월에야 발견 때까지 수배를 유지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B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있었더라도 당시 예규에 따라 수배기간이 지나 이미 수배가 해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email protected] 최은솔 기자


#제주지법 #국가배상 #장미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