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대신 점유율 뺏기'… 가상자산거래소 무한경쟁시대 개막
디지털엑스, 수수료 전면무료 선언
1년 매출 포기하며 고객 접점 확대
수수료 의존하는 거래소 부담 가중
법인 참여 확대 등 제도 정비 필요
디지털엑스(옛 코빗)가 수익 대신 점유율 늘리기에 나서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출혈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거래소들은 서로의 점유율을 빼앗는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재의 수수료 중심 매출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디지털엑스 '초강수'…점유율 전쟁 선포
24일 가상자산 시황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연초부터 전날까지 국내 5대 원화마켓(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 중 디지털엑스의 점유율은 2.54%다. 디지털엑스의 점유율은 지난 2월 4.50%에서 이달 0.48%까지 줄어드는 등 감소세다.
디지털엑스가 '수수료 무료'라는 강수를 둔 이유다. 디지털엑스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내년 8월 24일 오전 9시까지 1년간 원화마켓 전 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 했다. 지난해 기준 디지털엑스의 영업수익(매출) 97억6193만원 중 거래·출금 수수료 수익이 97억6073만원(99.99%)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1년간의 매출을 포기한 조치다.
이번 결정은 미래에셋그룹의 '미래에셋 3.0'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승부수다. 미래에셋그룹은 디지털엑스를 핵심 축으로 단순 가상자산 거래소를 넘어 전통자산과 가상자산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에 우선 1년간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엑스의 실적 공백은 미래에셋이 지난 12일 결의한 약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해결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1·4분기까지 전략적 투자자 3~4곳을 대상으로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증자도 추진한다.
■출혈 불가피에 거래소 '부담'…사업 다각화 제도 정비 필요
디지털엑스의 '점유율 전쟁 선포'는 파급력과 별개로 나머지 거래소에게 부담스러운 결정이다. 법인, 외국인 등의 참여가 제한된 국내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개인 중심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점유율 확대는 타 거래소의 고객을 끌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5대 원화마켓 모두 매출 중 거래 수수료 비중이 높은 만큼, 미래에셋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진행 중인 디지털엑스와 전면 경쟁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각 거래소의 수수료 비중은 △두나무(업비트) 98.26% △빗썸 97.69% △코인원 100% △고팍스 100% 등이다.
거래소들은 점유율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제2의 수익원은 없다. 두나무의 올해 상반기 '기타 서비스' 매출은 126억1147만원(3.09% 비중)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빗썸은 지난해 기타 매출 150억5812만원으로 2.31%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83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85% 급감했다. 지난해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인 '렌딩 서비스'를 운영하며 위탁 운영업체로부터 입점수수료를 받았으나, 올해부터는 직접 운영으로 바뀐 영향이다. 또 빗썸은 지난해 정관상 사업목적에 '대부업'과 '대부중개업'을 추가하며 사유로 '사업다각화를 위한 추가'라고 밝혔으나, 올해 상반기는 진행 여부와 전담조직 여부 모두 없다고 기재했다.
아울러 코인원과 코빗 모두 현재로선 수수료 비중이 100%에 달한다.
업계에선 수수료 의존 탈피를 생존의 문제로 지적하며, 신사업 추진이 가능한 규제 환경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규제 미비로 사업 확장이 어려운 △법인 가상자산시장 참여 확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가상자산 대여의 정식 법제화 △실물연계자산(RWA)·토큰증권(STO)과 가상자산 사업자의 연계 범위 등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email protected] 임상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