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CIA 국장 극비 모스크바행…푸틴에 '레드라인' 경고했나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랫클리프 취임 후 첫 러시아 방문
7시간 체류…회동 상대·의제는 함구
우크라·이란 놓고 러시아에 경고 가능성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연합뉴스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 사실조차 공식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이란 문제까지 미러 간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 미국 정보기관 수장이 직접 러시아를 찾았다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이 소식통을 인용해 랫클리프 국장의 모스크바 방문을 처음 보도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도 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랫클리프 국장의 방문에 앞서 미 공군의 보잉 C-17A 글로브마스터Ⅲ 수송기와 미국 외교 차량들이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서 목격됐다.

랫클리프 국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송기는 지난 23일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해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거쳐 모스크바로 향했다. WP에 따르면 수송기는 러시아 시각으로 이날 오전 10시께 브누코보 공항에 도착한 뒤 오후 5시께 이륙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방문이 랫클리프 국장 취임 이후 첫 러시아 방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IA와 러시아 크렘린궁은 모두 방문 여부에 대한 확인이나 논평을 거부했다. 랫클리프 국장이 모스크바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사안을 논의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미 정보당국이 최근 러시아의 유럽 내 공작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심 의제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WSJ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약화시키기 위해 유럽에서 모종의 공작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수집했다.

CIA 국장의 모스크바 방문이 러시아에 직접 경고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스 새너 전 미 국가정보국(DNI) 부국장은 WSJ에 이번 방문이 "'당신들이 무엇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으며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말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도 CIA 국장이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경고 메시지를 들고 모스크바를 찾은 전례가 있다. 랫클리프 국장의 전임자인 윌리엄 번스 전 CIA 국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1년 11월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당시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준비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며 경고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약 3개월 뒤인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번에는 이란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새너 전 부국장은 이란 휴전 문제나 미국이 추진하는 '경제적 왕따 작전'과 관련해 러시아의 대이란 지원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얽힌 현안이 우크라이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모스크바의 정보 분야 싱크탱크 레버러토리 인텔리전스 익스프레스의 루스탐 추랴코프 사무국장은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는 많은 문제가 쌓여 있다"며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중남미와 이란, 중국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고위 인사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지난 1월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이후 처음이다. 공개 외교가 아닌 정보기관 수장이 모스크바를 직접 찾으면서 미러 간 물밑 접촉이 다시 가동되고 있는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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