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시범운항 첫삽 뜬 북극항로
지난 22일 팬스타라인닷컴의 '팬스타아크로호'가 부산항을 떠났다. 국적 선사의 북극항로 운항은 10년 만이고, 컨테이너선 투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45일간의 이번 시범운항은 오랫동안 가능성으로만 이야기되던 북극항로가 우리 해운업계의 실제 선택지로 옮겨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대할 이유는 분명하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부산∼로테르담 항로가 기존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것과 비교해 약 35% 단축된다. 러시아 북극해 항로의 화물량은 올해 4000만t을 넘어설 전망이고, 중국 선사 시레전드는 러시아 항구를 거치지 않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정기 컨테이너 항로를 준비 중이다.
정부는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며 북극항로추진본부를 신설했고, 쇄빙선 건조 지원과 항만시설 사용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이 부산으로 본사 이전을 선언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연간 244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하는 부산항이 미주·유럽·북극을 잇는 교차점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크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내빙선·쇄빙선 같은 고부가가치 특수선 시장이 새로 열린다는 점도 반갑다.
넘어야 할 과제도 뚜렷하다. 극지 운항 선박은 건조비와 보험료, 금융비용이 높아 항로 단축만으로는 채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운항가능 기간이 계절에 따라 제한돼 정시성 확보도 쉽지 않다. 실제로 2024년 북극항로 통항 선박 가운데 컨테이너선은 0.8%에 불과하다. 아직 시범운항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항로의 상당 구간을 러시아가 독자 관할하는 만큼 대러 제재 국면에 따라 운항여건이 흔들릴 수 있고, 싱가포르·상하이·닝보 등 이미 인프라를 갖춘 항만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북극항로 클러스터'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질을 갖추려면 선언을 넘어 기업과 전문인력이 실제로 모여드는 시간도 필요하다. 선박 증가로 블랙카본 배출이 늘어 오히려 해빙을 더 빨리 녹인다는 환경적 역설, 국제해사기구(IMO)의 중유 사용 금지를 우회하는 사례와 내빙등급 미달 선박의 사고 위험도 풀어야 할 숙제다.
새로운 기회는 늘 불확실성과 함께 온다. 중요한 것은 경제성·안전·환경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내실을 갖추는 일이며, 정부 지원이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고 조선·해운·항만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로 이어지는 일이다. 팬스타아크로호가 항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그날이 우리 해운업계가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지도 위에 스스로의 좌표를 새기는 출발점이 되기를, 북극항로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mail protected] 이유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