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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나이키 줄줄이 중국 떠났다...베트남, 대미 무역흑자 1위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상반기 대미 상품흑자 1140억달러
대만·멕시코·중국까지 모두 제쳐
中 실효관세 23.2%·베트남 6.5%
애플·나이키 등 생산기지 잇단 이동
美 베트남산 수입 1년 새 40% 급증

지난 2024년 11월 1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마스크를 쓴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교통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24년 11월 1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마스크를 쓴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교통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관세 장벽을 높인 사이 베트남이 세계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고율 관세가 기업들의 탈중국을 촉진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 통계상 올해 상반기 베트남의 대미 상품 무역흑자는 1140억달러(약 157조원)에 달했다. 대만과 멕시코는 물론 한때 미국 무역적자의 상징이었던 중국까지 넘어섰다.

베트남의 경제 규모가 멕시코의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WSJ은 "트럼프가 세계 무역질서를 미국에 유리하게 바꾸겠다며 관세 정책을 밀어붙인 지 1년 만에 베트남이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배경에는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벌어진 관세 격차가 있다. 펜 와튼 예산 모델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된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23.2%였다. 세계 평균인 7%의 3배를 웃돈다. 반면 베트남산 제품의 실효 관세율은 6.5%에 그쳤다.

미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기업들에는 생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길 강력한 유인이 생긴 셈이다. 애플과 나이키, 룰루레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생산 비중을 낮추고 베트남 생산을 확대했고 중소업체들도 뒤따랐다.

미국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가구업체 TOV 퍼니처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24년 소파와 침대 등 제품의 60%를 중국에서, 25%를 베트남에서 조달했다. 현재는 중국 25%, 베트남 60%로 비중이 완전히 뒤집혔다. 브루스 크린스키 TOV 퍼니처 창업자는 생산기지를 옮긴 이유에 대해 "순전히 관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산기지 이동은 미국의 수입 통계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미국의 베트남산 상품 수입액은 123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급증했다. 불과 6개월 만에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이 베트남에서 수입한 1140억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베트남이 미국의 최대 상품 수입국으로 올라선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전체 수입 규모에서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대만과 중국도 베트남을 앞선다. 베트남은 미국으로부터 사들이는 상품보다 미국에 파는 상품이 압도적으로 많아 '대미 무역흑자 1위'에 오른 것이다.

베트남의 수출 급증을 둘러싸고 중국산 제품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가는 우회 수출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그러나 현지 미국 기업들은 베트남 자체의 생산능력 확대가 더 큰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마크 길린 주베트남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베트남의 대미 수출 가운데 약 60%가 기계와 전자·가전제품"이라며 "삼성전자와 인텔, 폭스콘 등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둔 기업들이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중국의 대미 수출을 억제하는 데는 효과를 냈지만 미국의 수입 수요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 셈이다. 중국에서 생산하던 기업들이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미국의 무역적자 상대국도 함께 바뀌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겨냥해 세운 관세 장벽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생산기지 베트남의 부상을 앞당기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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