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기침·피로 수개월 지속"... 이름도 생소한 이 병은? [헬스톡]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연합뉴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기침이 오래가고 이유 없는 피로감이 계속된다면 대부분 감기나 기관지염을 의심한다. 하지만 수개월째 증상이 이어지거나 건강검진에서 폐 이상이 발견됐다면 희귀질환인 '사르코이드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사르코이드증(Sarcoidosis)은 폐를 가장 흔하게 침범하지만 피부와 눈, 림프절, 심장, 간 등 다양한 장기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전신성 염증질환이다. 뚜렷한 증상 없이 건강검진 영상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르코이드증은 과거 '유육종증'으로 불렸다. 영문명은 '살'을 뜻하는 그리스어 사르크스(sarx)와 '~와 비슷한'을 뜻하는 에이도스(eidos)에서 유래했다. 이를 한자로 옮긴 유육종증(類肉腫症)은 '육종(肉腫, sarcoma)과 유사한 형태를 띠는 질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성우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과거 유육종증이라는 병명은 악성 종양을 연상시켜, 처음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공포와 절망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는 체내에 염증 세포가 뭉치는 염증성 질환일 뿐 암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병이며, 상당수의 환자에서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호전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공포를 줄이기 위해 현재는 영문명을 그대로 옮긴 사르코이드증이 공식 질환명으로 쓰이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 상병명과 국가 희귀질환 목록에도 폐의 사르코이드증, 림프절의 사르코이드증 등 사르코이드증(질병코드 D86)으로 등재돼 있다.

원인 불명확...유전·환경 요인 추정
사르코이드증은 체내 방어벽 역할을 해야 할 면역 체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과민 반응을 일으켜, 작은 염증 덩어리인 '비건락성 육아종'을 몸 곳곳에 형성하는 질환이다. 현재까지 명확하고 단일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이 바이러스나 세균, 특정 환경 물질 등에 노출됐을 때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이 촉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단위 연구에 따르면 국내 환자의 진단 시 평균 연령은 40대 후반이며, 발생률은 50대에서, 유병률은 6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다소 많았다. 사람 간 전염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아종이 가장 흔하게 침범하는 장기는 폐와 흉곽 내 림프절로, 전체 환자의 90% 이상에서 확인된다. 다만 침범이 곧 증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폐를 침범한 환자의 30~60%는 뚜렷한 증상 없이 지내다가 건강검진 흉부 엑스레이에서 우연히 이상 소견이 발견돼 병원을 찾는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초기에는 마른기침이나 흉통, 가벼운 호흡곤란이 흔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피부나 안구를 침범할 수 있고 드물게 심장이나 신경계를 침범하는 경우에는 가슴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 팔다리 힘 빠짐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문 교수는 "사르코이드증은 한 가지 증상만으로 진단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며 "기침이 오래 지속되거나 여러 장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이 반복된다면 전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진단은 흉부 엑스레이 및 CT 촬영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커진 림프절과 폐 결절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기관지내시경이나 피부, 림프절 등의 조직검사를 통해 비건락성 육아종을 확인하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결핵과 림프종, 진균감염 등 비슷한 영상 소견을 보이는 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하며, 필요에 따라 폐기능검사와 혈액검사, 심장검사, 안과검사 등을 시행해 침범 장기와 질환의 범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문 교수는 "사르코이드증은 다른 질환과 구별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영상검사와 조직검사, 임상 소견을 종합해 정확하게 진단해야 적절한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증은 관찰만, 중증은 스테로이드 치료"

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게 이뤄진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장기 손상이 없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추적관찰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있는 반면, 폐 기능이 감소하거나 심장, 눈, 신경계 등 주요 장기를 침범한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치료가 기본이 된다. 필요에 따라 면역억제제를 함께 사용하며 최근에는 일부 환자에서 생물학적 제제를 적용하기도 한다. 치료 기간은 환자의 증상과 장기 침범 정도에 따라 달라지며, 장기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사르코이드증은 국가관리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있어 진단 기준을 충족하면 건강보험 산정특례 등록을 통해 진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

희귀난치 질환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은 크지만, 상당수는 자연적으로 호전되거나 정기적인 추적관찰만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만성적으로 진행해 폐섬유화로 이어질 수 있고, 드물게 심장을 침범한 경우 예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정기적인 심전도 확인 등 꾸준한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의료진과 긴밀히 소통하며 흡연을 철저히 삼가고,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으로 전반적인 체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 교수는 "사르코이드증이라고 해서 모두 심각한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며 "정기적인 진료와 꾸준한 경과 관찰을 통해 대부분의 환자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지나친 걱정보다는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시기의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희귀질환 #폐 이상 #사르코이드증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