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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승부수'… "HBM 생산지도, 亞서 美로 확장" [SK하이닉스 美 인디애나 공장 건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 HBM 패키징·R&D거점 구축
美는 자국내 HBM 공급망 확보
SK "美에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HBM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 직원이 건설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병철 특파원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HBM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 직원이 건설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병철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웨스트라피엣=이병철 특파원】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에 짓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기지는 단순한 해외 후공정 공장이 아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의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HBM의 생산지도를 미국까지 확장하는 승부수다. 미국은 자국 내 HBM 공급망을 강화하고, 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AI 고객들이 몰려 있는 미국에 생산과 연구개발(R&D)을 결합한 전진기지를 확보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시설을 미국 최초의 HBM 첨단 패키징·R&D 거점으로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지도 바뀐다

현재 세계 HBM 생산의 무게중심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쏠려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HBM 공급량의 약 80%가 한국에서 생산된다. HBM 관련 생산거점은 한국을 중심으로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에 분포해 있으며 미국에서도 신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3사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특히 HBM 시장을 이끄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핵심 생산기지는 한국에 집중돼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를 중심으로 HBM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청주에서는 차세대 D램을 포함한 HBM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으며 첨단 패키징 시설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가동되면 이천·청주·용인을 연결하는 AI 메모리 생산벨트가 구축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용인과 청주에 총 54조원을 투입해 HBM 등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반을 추가로 확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한국이 HBM 생산의 중심축이다. 천안은 HBM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의 주요 거점이며 평택에서도 HBM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온양과 천안 등에 대한 추가 HBM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 역시 HBM 생산에서 아시아의 비중이 크다. 대만을 첨단 D램과 HBM 생산의 주요 축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는 HBM용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일본에서도 첨단 D램 투자를 늘리고 있다. 결국 HBM 시장을 장악한 3개 업체의 생산망을 펼쳐놓으면 한국과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가 중심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 팹을 추가하면서 글로벌 HBM 생산지도가 세계 최대 AI 시장인 미국으로 본격 확장되는 것이다.

■AI칩은 미국, HBM은 아시아

이는 AI 반도체 공급망의 역설이기도 하다. 엔비디아와 AMD 등 세계적인 AI 가속기 설계기업은 미국에 있다. 구글·아마존·메타 등 천문학적인 자금을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빅테크도 미국 기업들이다.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과 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고객은 미국에 몰려 있지만, 정작 이 AI 칩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HBM 생산의 중심은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에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인디애나 팹의 전략적 의미가 여기에 있다. 인디애나 팹이 가동되면 한국에서 생산한 최첨단 HBM 웨이퍼가 미국으로 건너와 어드밴스드 패키징과 테스트를 거쳐 미국 고객에게 공급된다. 한국이 HBM의 핵심 제조 경쟁력을 담당하고 미국이 제품 완성과 고객 대응을 맡는 '한미 HBM 생산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AI 시대의 전략물자인 HBM 공급망 일부를 자국 안에 확보한다. SK하이닉스로서는 한국의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세계 최대 AI 시장 한복판에 생산거점을 두게 된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구조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 투자가 미국 내 첨단 패키징 공급망의 공백을 메우고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HBM 경쟁 '고객 맞춤형'으로

인디애나 투자의 또 다른 의미는 HBM 경쟁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HBM은 범용 메모리와 다르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칩과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연결한다. HBM 세대가 올라갈수록 고객의 AI 가속기 구조에 맞춘 설계와 첨단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도 커진다.

경쟁의 중심도 단순히 '누가 더 많이 만드느냐'에서 '누가 고객이 원하는 HBM을 더 빨리 개발해 공급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에 생산라인만 짓지 않고 '어드밴스드 패키징 R&D 테스트베드'를 함께 구축하는 이유다. 미국 고객의 요구를 현지에서 받아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하고 시제품 제작과 성능 검증을 거쳐 양산까지 연결할 수 있다.

퍼듀대학교와 차세대 시스템 통합 및 패키징 기술을 공동 연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산과 R&D, 고객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 묶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투자 발표 당시부터 퍼듀대와 첨단 패키징과 이종집적, 차세대 메모리 시스템 등을 공동 연구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은 최고의 고객과 연구역량, 생태계가 함께하는 AI 혁신의 중심지"라며 "미국 AI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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