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희망을 현실로 바꾼 마법… 스크린 뚫고 질주한 기차에 '환호' [Weekend 문화]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은결 데뷔 30주년 기념공연 '원 오브 원(ONE OF ONE)'
희망브리지, 소방관 가족·보호아동 초청
홍보대사 이은결 제안으로 뜻깊은 자리
국내외 정상 기술진 참여 종합예술 무대
대형 일루션·미디어아트 등 하나로 엮어
"이 순간, 마음껏 웃고 즐기길 바랍니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원 오브 원(ONE OF ONE)'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희망브리지 제공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원 오브 원(ONE OF ONE)'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희망브리지 제공

"가장 빛나는 무대일수록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은결)

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어둠이 내려앉은 무대 위로 거대한 헬리콥터가 모습을 드러내자 3000석 규모의 객석에서 일제히 탄성이 터졌다. 화면 속을 달리던 기차가 스크린을 뚫고 현실의 무대로 돌진하는 듯한 장면에서는 놀라움 섞인 박수가 이어졌다. 한국 마술의 역사를 새로 써온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원 오브 원(ONE OF ONE)'. 그의 30년이 집약된 무대는 이날 특별한 나눔의 장으로 확장됐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원 오브 원(ONE OF ONE)'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희망브리지 제공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원 오브 원(ONE OF ONE)'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희망브리지 제공

■300석을 채운 '특별한 관객들'

이날 객석 한편에는 유독 밝은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특별한 관객들이 자리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초청을 받은 소방관과 가족 200명, 전국 각지의 보호대상 아동 100명이었다. 희망브리지는 재난 현장을 지키는 소방관들에게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선물하고, 지역과 환경의 제약으로 대형 공연을 접하기 어려웠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객석 300석을 마련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진 환상은 이들의 웃음으로 이어졌다. 희망브리지는 이번 초청을 통해 문화예술로 사람의 마음까지 살피는 새로운 구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은결은 마술을 단순한 눈속임이나 기술에 머물게 하지 않고, 이야기와 철학을 담은 종합예술인 '일루션'으로 확장해왔다. '원 오브 원'은 관객의 상상력을 깨우고 마음을 움직이는 무대를 만들어온 그의 30년과 예술 세계를 집약한 공연이다. 국내외 정상급 기술진이 참여한 이번 공연은 대형 일루션과 미디어아트, 조명, 음악, 영상을 하나의 서사로 엮었다. 무대 장치들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치밀한 연출 속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렸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면이 펼쳐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번 초청은 이은결의 뜻과 희망브리지의 문화 나눔 의지가 만나 성사됐다. 데뷔 3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순간을 이웃과 함께하고 싶다는 이은결의 제안에 희망브리지가 의미를 더했다. 희망브리지는 소방관 가족과 전국의 아동보호시설을 직접 연결하고 공연 참여를 지원해, 이은결의 제안이 실제 나눔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이들의 인연은 지난해 11월 이은결이 희망브리지 공식 '희망대사'로 위촉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희망대사는 재난 피해 이웃을 위로하고 나눔의 가치를 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희망브리지는 대중과 친숙하게 소통하면서도 공연을 통해 세대와 언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은결의 역량에 주목했다.

이은결도 위촉 직후부터 행동으로 화답했다. 그는 희망대사 위촉 당일 강원도 원주의 아동복지시설을 찾아 아이들을 위한 특별 공연을 선보였다. 이름만 올리는 홍보 활동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루션 공연을 나눔의 도구로 활용했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원 오브 원(ONE OF ONE)'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희망브리지 제공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원 오브 원(ONE OF ONE)'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희망브리지 제공

■30년 무대의 감동, '마음의 구호'로

희망브리지는 이번 초청을 통해 재난 구호의 범위를 한층 넓혔다. 재난 현장에서는 성금과 구호물품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피해 시설을 복구하는 일이 우선이지만, 재난을 겪은 이웃과 현장을 지키는 인력의 마음을 돌보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는 방침이다. 희망브리지는 공연과 문화 체험이 일상의 긴장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추억을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호대상 아동에게 문화예술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일도 희망브리지가 추구하는 지원의 연장선에 있다. 거주 지역이나 생활 환경에 따라 문화 경험의 기회가 달라지지 않도록 지원하고, 아이들이 새로운 세계를 접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단순히 공연 관람권을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참여가 어려운 지역 아동들을 객석까지 연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은결은 "지난 30년 동안 관객 여러분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며 "그 사랑을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분들과 밝게 자라나야 할 아이들을 위해 나누고 싶었다.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마음껏 웃고 즐기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훈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이은결씨를 희망대사로 모신 것은 그의 공연이 재난 피해 이웃의 다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초청이 소방관 가족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보호대상 아동에게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기회로 남기를 바란다. 희망브리지도 취약계층을 위한 문화예술 지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물리적 구호 뿐 아니라, 마음 회복까지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무대 위 환상을 만드는 것은 이은결이었지만, 그 환상을 더 많은 사람의 희망으로 연결한 것은 희망브리지의 나눔이었다. 희망브리지가 건넨 이날의 초대장은 소방관 가족과 보호대상 아동에게 공연 한 편을 넘어 오래 기억될 하루를 선물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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