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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돈이 됩니까"라고 묻는 경영자에게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5)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경영자들에게 신뢰를 이야기하면 비슷한 질문이 돌아온다.

"좋은 얘기인 건 알겠는데, 그래서 그게 돈이 됩니까?"

틀린 질문이 아니다. 기업은 결국 성과를 내야 한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경영자의 계산기를 움직이기 어렵다. 게다가 신뢰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처럼 재무제표에 한 줄로 찍히지도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비용이 아닌 것은 아니다. 신뢰가 무너진 조직은 이미 그 대가를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돈이 됩니까"라고 묻는 경영자에게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5)

신뢰를 경제의 언어로 설명한 사람이 『신뢰의 속도(The Speed of Trust)』의 저자 스티븐 M. R. 코비(Stephen M. R. Covey)다. 그는 신뢰가 조직의 '속도'와 '비용'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신뢰가 낮아지면 일의 속도는 느려지고 비용은 올라간다. 반대로 신뢰가 높아지면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내려간다. 그는 전자를 신뢰세(Trust Tax), 후자를 신뢰 배당(Trust Dividend)이라고 불렀다.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다. 서로 믿지 못하면 확인해야 한다. 보고서를 한 번 더 보고, 결재선을 하나 더 만들고, 회의를 한 번 더 연다. 책임질 사람이 불분명하면 메일에는 참조자가 늘어나고 중요한 결정은 위로 올라간다.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를 믿지 못하면 해결보다 책임 소재를 확인하는 데 먼저 시간을 쓴다. 저신뢰 조직에서는 이렇게 작은 검증과 방어가 업무 곳곳에 붙는다. 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여도 조직 전체로 합치면 상당한 비용이다.

감원 비용은 재무제표에 바로 잡힌다. 신뢰가 무너져 발생하는 비용은 그렇지 않다. 늦어진 의사결정, 길어진 회의, 늘어난 보고와 결재, 입을 닫은 구성원, 조용히 떠난 인재가 서로 다른 이름으로 기록될 뿐이다. 신뢰라는 계정과목이 없을 뿐, 신뢰의 비용은 이미 여러 계정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세율이 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 '신뢰세'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 발표된 2026 에델만 신뢰 바로미터(Edelman Trust Barometer)는 28개국 3만3938명을 조사했다. 이 연구가 주목한 것은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워지는 '고립적 신뢰 성향(insular trust mindset)'이었다. 전 세계 응답자의 70%가 가치관이나 정보원,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방식 등이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데 주저하거나 꺼린다고 답했다. 직장인의 42%는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상사 밑에서 일하느니 차라리 부서를 옮기겠다고 답했다. 34%는 프로젝트 리더의 정치적 신념이 자신과 다르다면 그 리더의 성공을 돕기 위해 쏟는 노력을 줄이겠다고 했다.

이 숫자를 조직의 언어로 바꿔보자. 구성원 열 명 중 서너 명이 리더의 방향에 충분히 힘을 보태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더 많이 설명하고, 확인하고, 설득하고, 다시 지시해야 한다. 그 시간에도 급여는 지급된다. 그러나 조직이 원했던 만큼의 산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신뢰가 떨어지는 순간 관계의 문제는 생산성의 문제로 바뀐다.

흥미로운 반전도 있다. 에델만 조사에서 직원들이 자신의 고용주를 신뢰한다는 비율은 78%였다. 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 64%, 정부에 대한 신뢰 53%보다 훨씬 높았다. 사회의 신뢰가 갈라지는 상황에서도 직장은 여전히 사람들이 비교적 높은 신뢰를 보내는 공간인 셈이다.

이것은 경영자에게 부담이면서 기회다. 바깥의 신뢰가 희소해질수록 조직 안의 신뢰는 더 값비싼 자산이 된다. 그렇다면 신뢰는 실제 성과와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 신경경제학자 폴 잭(Paul J. Zak)은 미국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직의 신뢰 수준을 조사했다. 신뢰 수준이 상위 25%인 조직 구성원과 하위 25% 조직 구성원을 비교했더니, 고신뢰 조직 구성원은 업무 에너지가 106% 높고 생산성은 50% 높다고 응답했다. 번아웃은 40% 낮았고, 스트레스도 74% 낮았다.

"그게 돈이 됩니까"라고 묻는 경영자에게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5)

물론 이 숫자를 "신뢰를 높이면 생산성이 정확히 50% 오른다"는 공식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구성원의 자기보고를 토대로 한 비교이기 때문에 신뢰와 성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이 수치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신뢰 수준이 높은 조직에서 사람들이 더 많은 에너지와 생산성, 몰입을 경험한다는 일관된 차이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잭이 신뢰를 연구하면서 특히 주목한 것이 옥시토신(Oxytocin)이다. 그의 실험 연구에서는 옥시토신이 공감과 신뢰 행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그는 이를 직장 연구로 확장해 인정, 자율성 부여, 정보 공유, 관계 형성, 성장 지원, 리더의 취약성 표현 등 신뢰를 높이는 여덟 가지 관리 행동을 제시했다.

여기서 경영자가 주목할 만한 것이 정보의 투명성이다. 잭의 조사에서 회사의 목표와 전략, 실행 방향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직원은 40%에 불과했다. 조직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스트레스를 높이고 협업을 어렵게 만든다. 반대로 리더가 방향과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면 구성원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신뢰를 쌓는 일이 거창한 문화혁신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닌 이유다.

다만 한 가지 오해해서는 안 된다. 신뢰가 높은 조직은 느슨한 조직이 아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성과를 묻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다. 폴 잭이 제시한 고신뢰 조직의 핵심은 방향과 기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구성원에게 일을 해낼 재량을 준 뒤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일일이 통제하는 대신 성인을 성인으로 대하는 방식이다.

결국 신뢰와 책임은 반대가 아니다. 오히려 책임이 명확할 때 신뢰가 작동한다. 반대로 사소한 것까지 보고받고 승인하고 감시해야 안심되는 조직이라면 그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신뢰세가 된다.

경영자라면 이번 주 회의에서 이것부터 해보자. 우리 조직이 올해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 그 가운데 우리 팀이 맡은 몫이 무엇인지 열 문장 안에 설명해보라. 길게 설명하지 않고도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 문장을 덧붙여보라.

"내가 아직 답을 모르는 것은 이것입니다."

리더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척할 때보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직하게 밝힐 때 오히려 진정한 신뢰는 시작될 수 있다. 신뢰는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장식이 아니다. 조직이 불필요하게 지불하는 비용을 줄이고, 같은 자원으로 더 빠르게 움직이게 만드는 경영의 기반이다.

"그게 돈이 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그래서 달라져야 한다.

신뢰가 돈이 되는지를 묻기 전에, 불신 때문에 지금 얼마를 쓰고 있는지부터 계산해봐야 한다.

/ 김문경(국민대학교 겸임교수·대한리더십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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