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미혼 42% "평생 결혼 안해" 韓 "결혼하려면 안정적 직장부터"
日 결혼 의향 없음 韓의 2.3배
韓 취업·주거 등 현실적 장벽 커
출산 조건 1위 양국 모두 경제 부담
현금지원 넘어 고용·근로환경도 과제로
【파이낸셜뉴스 센다이=서혜진 특파원】일본 미혼 청년의 42.4%가 앞으로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18.6%)의 2.3배에 달한다. 반면 한국 청년은 결혼 의향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취업과 주거 등 결혼을 위한 현실적 여건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민간 인구문제 싱크탱크인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와 대한상공회의소가 30일 발표한 첫 '한일 청년 의식조사 2026'에 따르면 미혼자 가운데 '앞으로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일본 42.4%, 한국 18.6%였다. 미혼자 중 현재 이성 교제 상대가 없는 비율도 일본이 78.5%로 한국(67.8%)보다 10.7%p 높았다.
이번 조사는 양국 20~39세 각각 2000명씩 총 4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실시됐다. 일본 조사는 지난 7월 6~8일, 한국 조사는 지난 6월 29일~7월 3일 진행됐다.
결혼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조건을 물은 결과 한국에서는 안정적인 고용과 소득을 비롯해 주거비 부담 완화, 자녀를 키우기 좋은 환경 등 현실적인 여건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일본에서는 만남의 기회와 결혼 후에도 취미 등 개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나타났다.
취업에 대한 인식 차이는 더 뚜렷했다. 정규직 응답자 가운데 직장을 선택할 때 '기업의 안정성'을 중시한다는 응답은 한국이 82.1%로 일본 62.2%보다 19.9%p 높았다. '기업의 안정성'을 꼽은 비율도 한국 35.1%, 일본 20.6%였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응답도 한국 35.1%, 일본 27.7%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응답자 역시 급여와 처우를 중시한 비율이 한국 78.1%, 일본 56.2%였고 기업 안정성은 한국 31.6%, 일본 15.4%였다. 워라밸을 꼽은 비율은 한국 34.7%, 일본 32.0%였다.
노동시장 진입에서도 차이가 컸다. 현재 취업 중인 응답자 가운데 학교 졸업과 거의 동시에 일을 시작했다는 비율은 일본 74.8%, 한국 46.5%로 28.3%p 차이가 났다. 졸업 후 1년 이상 걸려 취업한 비율은 일본 14.8%, 한국 30.8%였다. 조사 보고서는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취업의 어려움이 결혼 행동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가라시 히토시 홋카이도종합연구조사회 이사장은 "한국에서는 결혼과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직 연결돼 있지만 일본 젊은층에서는 '결혼=아이를 갖는 것'이라는 의식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청년의 불안이 주택과 취업처럼 구체적인 데 비해 일본 청년에게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막연한 불안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출산 단계에서는 양국의 고민이 비슷해졌다.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안심하고 원하는 만큼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양국 모두 임신·출산·육아에 따른 경제적 부담 경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자녀 희망 수에 따라 일본은 64.4~68.6%, 한국은 60.2~68.5%였다.
한국에서는 경제적 지원 외에 일자리와 근로 환경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출산·육아휴직 기간의 소득 보전과 직장 복귀 보장을 꼽은 비율은 한국 37.0~43.2%로 일본 26.7~28.4%를 웃돌았다. 기업의 장시간 노동 관행 개선과 유연한 근무방식 확대도 한국 19.3~28.3%, 일본 12.4~18.8%였다. 아이가 어릴 때 아버지도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직장환경을 꼽은 비율 역시 한국 21.7~28.0%로 일본 10.7~17.8%보다 높았다.
한국 정부는 지난 28일 내년 7월부터 기존 첫만남이용권과 부모급여, 아동수당을 개편해 출생아에게 '아이맞이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첫째 1000만원, 둘째 1200만원, 셋째 이상 1500만원이며 우대지역에서는 최대 20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반면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경제적 부담 경감에서 고용과 근로방식 개선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마스다 히로야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 공동대표는 지난 26일 사전 브리핑에서 "일본이 초기에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지만 이후 고용과 각종 제도 개혁으로 대책 범위를 넓혀 왔다"고 설명했다.
양국의 출산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14명이다. 한국은 2023년 0.72명에서 2024년 0.75명, 지난해 0.80명으로 반등했지만 일본보다 낮다.
한편 한일 양국은 이날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 '한일 저출산대책 교류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첫 심포지엄을 열었다. 일본 측은 고바야시 겐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한국 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각각 위원장을 맡았다.
양국 경제계와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과 근로방식 등을 포함한 저출산 문제를 공동 연구하고 향후 공동 제언도 검토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