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나 네팔에서도 '악마의 미소'…시신 금귀걸이까지 빼간 남성 2명
[파이낸셜뉴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당시 수많은 사람이 잔해에 깔린 상황에서 백화점 물건을 챙겨 나오며 미소 짓던 한 여성의 모습은 '악마의 미소'로 불리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30여년이 흐른 네팔 대홍수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이 벌어졌다. 홍수에 휩쓸려 강 하류까지 떠내려온 희생자의 시신을 물 밖으로 끌어낸 뒤 귀에 있던 금귀걸이를 빼간 남성 두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네팔 현지 매체 카바르허브와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치트완 지역 경찰은 홍수 희생자의 시신에서 귀걸이를 훔친 혐의로 마단 구룽(25)과 우메시 차우다리(38)를 체포했다.
사건은 현장에서 촬영된 41초짜리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영상 속 두 남성은 나라야니강으로 떠내려온 여성의 시신을 물 밖으로 끌어낸 뒤 양쪽 귀에서 귀걸이를 빼내고 있었다. 당시 강 주변에는 실종자 가족과 주민 등이 모여 있었고 이들의 행동은 휴대전화 카메라에 고스란히 기록됐다.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자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도 영상 분석에 나서 두 사람의 신원을 특정한 뒤 바랏푸르 포카라 버스파크 인근에서 붙잡았다. 경찰은 현재 이들의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치트완 경찰은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와 사망자를 대상으로 한 약탈이나 비인도적인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들에게도 재난을 틈탄 절도나 약탈 관련 정보와 증거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형 재난의 혼란을 틈타 물건을 챙기는 모습이 공분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게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다. 당시 502명이 숨지고 937명이 다친 대형 참사 속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백화점에 남아 있던 상품을 챙겨가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특히 한 여성이 참사 현장의 잔해 속에서 가져온 물건을 들고 미소 짓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고, 해당 여성의 모습은 이후 '삼풍백화점 악마의 미소'라는 표현으로 회자됐다. 현재까지 해당 여성의 신원이나 형사처벌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불과 한 달 전 일본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 7월 규모 7.1 강진이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직후 한 SNS 이용자가 피해를 본 대형 쇼핑몰 내부 모습을 촬영해 올리면서 물건을 마음대로 훔칠 기회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해당 글을 올린 인물이 물건을 훔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피해자들이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재난을 범죄의 기회로 표현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2023년 2월 튀르키예·시리아를 덮친 대지진 때도 구조작업과 동시에 약탈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외신은 튀르키예 안타키아에서 상점과 자동차의 창문이나 울타리를 부수고 물건을 가져가는 약탈이 목격됐다고 보도했고 일부 국제 구조단체는 치안 악화와 충돌 우려 등을 이유로 한때 구조활동까지 중단했다.
한편 이번 네팔 대홍수는 지난 26일 네팔·중국 접경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대규모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너진 얼음과 암석이 강을 막아 자연 댐을 형성한 뒤 붕괴하면서 막대한 양의 물과 토사가 하류를 덮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당국은 추가 자연 댐 붕괴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다.
한국인 9명도 사고 이후 연락이 끊긴 상태다.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은 30일 수색 범위를 넓혀 추가 구조·수색에 나설 계획이다.
사고 현장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교량이 유실돼 사실상 헬기를 통한 접근에 의존해야 하는 데다 추가 홍수 위험과 기상 상황도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기존 대응팀 11명에 외교부 1명과 소방청 8명 등 9명을 추가 파견해 현지 대응 인력을 20명으로 늘렸다. 외교부는 네팔 바그마티·간다키·코시·룸비니 등 4개 주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여행 예정자들에게 방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