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결속 다지는 美·日… '안보 특이점' 진입한 동북아 안보지형 [이종윤의 밀리터리 월드]
AI 킬웹·실리주의 앞세운 美행정부
정례 한미연합연습 'UFS' 조기 종료
'전략적 불일치' 한미동맹 특이점 진입
공급망 기여도 중심 동맹 평가 전환 시대
전수방위 탈피한 일본 보통국가화 주목
韓, 가치·제도적 신뢰 재정렬 과제 떠안아
[파이낸셜뉴스]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시로 정례 한미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야외기동훈련(FTX)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는 등 파행을 겪은 끝에 지난 21일 조기 종료됐다. 이번 초유의 사태를 놓고 한미 외교안보 라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가볍지 않다. 이번 상황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외교적 여건 조성'이나 '역내 정세 관리의 일환'으로 보는 분석도 있으나, 동맹을 철저한 실리적·재정적 상호주의 및 방산 공급망 기여도로 평가하는 미 행정부와 한국 정책 입안자들 간의 깊어지는 '전략적 불일치(Strategic Mismatch)'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올해로 73주년을 맞은 '피로 맺어진 혈맹' 한미동맹이 중대한 특이점(Singularity)을 통과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미 재무부가 단행한 금융 제재 총공세는 차원을 달리하는 대(對)이란 작전 변화를 예고했다.
■인·태 전구의 '재조정' 對 다자간 안보 공급망 '단절' 구도
미국 랜드(RAND) 연구소의 인도-태평양 군사 동맹 평가 지표에 따르면, 워싱턴이 전격적으로 단행한 UFS 연합 훈련의 구조적 축소 지침은 동맹국 간의 대외 전략적 일관성과 신뢰 자산을 검증하려는 역내 전장 통제 방식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군이 한반도 전역에 분산되어 있던 연합 전력의 지휘 및 대공 방어 기능을 평시 지휘 시설인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 내부로 초고밀도 결집시키며, 북·중을 겨냥한 전략적 유연성과 효율화에 착수한 양상은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군사적 지표로 평가된다.
미국이 역내 안보 아키텍처의 독자적 통제권을 강화하는 반면, 한반도에 파견된 미 우주군을 중심으로 핵심 인공위성 정보 공유의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단순한 전술적 조정 범위를 넘어선다. 이는 한국 정부의 의도와 무관하게, 워싱턴과 평양이 직접 안보 채널을 연동하는 구도가 전장 전구 내에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 7월 발간한 안보 보고서에 따르면, 안보와 경제가 결합한 '지경학적 총력전' 시대에 동맹 내 대한민국의 전략적 가치는 실질적인 공급망 기여도와 연합 지휘통제의 신뢰성으로 증명된다. 연합 정세의 격변기일수록 한국이 그동안 다져온 안보적 입지와 지경학적 신뢰 자산을 공고히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륙 분할 포위, 무력화 美 글로벌 금융·재정 헤징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최신 안보 동향 분석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를 축으로 형성된 권위주의 연대(CRINK)의 거시적·지정학적 셈범은 유라시아와 중동의 안보 거점을 순차적으로 격리하는 '대륙 분할(Compartmentalize)'과 연동된 '포위 구조'가 핵심이다. 우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권을 무력화하고 친러 정권을 수립하려 했다. 나토의 개입을 차단해 작전을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다음 단계로는 북중러를 뒷배로한 대리인(Proxy) 이란의 핵보유국화와 호르무즈 해협의 완벽한 통제다. 이후 중국이 대만을 흡수 통일하려 했던 연쇄 장악 시나리오다. 이는 유사시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 서해를 동시에 통제해 미국의 글로벌 패권과 영향력을 급속히 약화하려는 전략이었다. 나아가 인도 태평양 지역과 동북아를 관통하는 한미일, 대만, 유럽 전체의 물류망을 차단하는 구조다. 유사시 석유와 가스 등 화석 에너지 공급망의 목을 죄려던 거대한 군사, 경제적 봉쇄 카드였다. 하지마 미국의 정보력과 군사력 등 입도적 실전적 힘 앞에 사실상 그 셈법이 완전히 무력화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1시(미 동부 시간 기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테러금융 담당 차관을 대동하고 기습 발표한 세컨더리 제재(Secondary Sanctions) 총공세는 지상군 투입 이상의 파괴력을 지닌 '경제적 D-데이(D-Day)' 작전의 서막이라는 평가다. 과거 47년간 이어온 유화·현상유지 정책(Appeasement & Management)을 전면 폐기하고, 디지털 화폐, 테크, 금, 항공·선박 물류 등 5개 핵심 축을 연동해 이란과 관련 세력을 달러 결제망(US Dollar System)에서 영구 추방하겠다는 '엔드 게임(End Game)' 선언이다.
특히 최근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자금 집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 전구 통제 및 공습 작전에 투입한 누적 비용은 2026년 7월 기준 약 375억달러(약 55조5000억원)로 확인됐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 수치에 올해 회계연도 말인 오는 9월 30일까지의 운영·유지비가 선제적으로 결합되어 있음을 명시했다. 같은 기간 미 에너지정보청(EIA) 통계를 바탕으로 추산한 미 민간 에너지 업계의 가스 및 석유 초과 수출 수익은 약 850억~950억달러(약 119조~133조원)에 달한다. 세금 재원의 지출과 민간 기업의 수익이라는 구조적 분리가 존재하므로 이를 단순 '정부 재정 흑자'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자산이라는 관점에서는 전쟁 비용의 2배 이상을 회수하는 '재정적 헤징'을 입증하고 있다. 과거 GDP의 10%를 소모한 베트남전이나 누적 8조 달러를 탕진한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의 '재정적 수렁' 프레임과 대조되는 미 역사상 최초의 리스크 헤징 군사 작전이라는 진단이다.
■군사 혁신, 저궤도 위성 기반 'AI 킬웹' 구축 완료
권위주의 연대의 동시다발적 대륙 분할 시나리오를 무력화시킨 핵심 실체는 미 우주군(USSF)의 저궤도 정보 인프라와 미 해군의 무인 자산 등이 결합한 'AI 킬웹(Kill Web)', 즉 JADC2(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의 완성이다. 이 체계는 현대전의 핵심 표적화 사이클인 'F2T2EA(탐지-고정-추적-조준-교전-평가)' 프로세스를 가혹한 전파 방해 속에서도 실시간으로 가동시키는 하이테크 군사 혁신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은 우주망의 대동맥인 우주개발국(SDA)의 저궤도 확산형 위성 통신망 '트랜치 1(Tranche 1)'체계를 완성했다. 미 우주군은 지구 표면 600~800km 고도에 벌떼형 통신 레이어를 촘촘하게 배치하고, 위성 간 직접 레이저로 통신을 주고 받는 첨단 기술을 채택해 전파 왕복 시차를 제로에 가깝게 단축시키는 혁신을 완성했다. 당초 트랜치 1은 지난해 완성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과 10월 1·2차 발사 이후 위성 간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병목과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했다. 이후 미 우주군은 지난 7월 16일, 추가 위성군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시키면서 모든 오류를 핵결하고 우주 기반 실시간 표적 데이터 고속도로'의 최종 개통을 선언했다.
그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광각 감시 위성(WFOV)이 북한이나 이란의 이동식 발사 차량(TEL)을 최초 탐지하면, 저궤도 미사일 추적 위성(HBTSS)이 즉각 락온을 걸어 정밀 추적한다. 적들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 지하 동굴로 숨기 전인 수백 밀리초(ms) 만에 사거리 500km급 하이마스 프리즘(PrSM) 미사일에 정밀 좌표를 부여해 초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우주·지상 자산의 실시간 정보 연동이 현실화된 또 다른 군사적 혁신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된다.
■다자간 안보 구조의 재편과 가치적 재정렬의 과제
동북아 전구 전체를 다자간 기술 및 군사 공급망으로 결속시키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중동과 유럽, 동북아 서방진영 국가들이 최근 철저한 현실주의적 노선에 입각해 미국과 안보 동맹을 동기화하는 전향적 정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일본 자위대는 과거의 수동적인 전수방위 개념을 탈피, 주일미군 기지와의 전술적 지휘 통제권을 강화하고 공격형 장거리 미사일 자산을 전방 배치하는 등 공세적 보통국가화로의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일본의 사상 최대 규모 방위비 편성을 두고 "침략전쟁 준비 완성을 위한 무력증강"이라며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반발한 사실은 역설적으로 미·일의 재무장 구조가 북·중·러 권위주의 진영의 핵심 취약점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반증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글로벌 안보 동맹의 재편 과정에서 동맹의 가치는 수사적 레토릭이 아닌, 수치로 정산된다. 미국 랜드(RAND) 연구소는 미국의 동맹 평가 기준이 '무기체계의 조달 속도'와 '거시적 재정 기여도'라는 계량화된 지표로 완전히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대만과 일본이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 사활을 건 결속은 고도의 정세 판단의 결과로 관측된다. 대한민국은 동맹국과의 가치적·제도적 신뢰를 어떻게 재정렬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숙제를 안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