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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국민투표 부결에 "EU 가입 협상 중단"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아이슬란드 총리, 2028년 정부 임기까지 "EU 가입 협상 중단"
29일 국민투표에서 EU 가입 반대 52.8%
안보보다 어업 자주권 우선

아이슬란드의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총리가 30일(현지시간)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아이슬란드의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총리가 30일(현지시간)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아이슬란드 정부가 유럽연합(EU) 가입 국민투표 부결 이후 앞으로 EU 가입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지 공영방송 RUV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의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총리는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전날 진행된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프로스타도티르는 80% 넘는 유권자가 목소리를 낸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2028년까지 이어지는) 이번 임기에 (EU) 가입 협상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에 만족한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며 "EEA 관계를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이슬란드 외무부는 31일 외무위원회에서 EU 가입 신청서 공식 취하 등 세부적인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29일 아이슬란드에서는 EU 가입 협상 재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열렸다. 유권자 22만5000명(82.5%)이 참여한 이번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52.8%로 찬성 47.2%를 앞섰다. 수도권 도시 지역에서는 찬성표가 많았으나 농어촌 교외에서는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인구가 약 40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는 북극해 및 옛 소련과 인접한 위치 때문에 이미 냉전 시대부터 동서 진영 양쪽에서 수많은 회유와 위협을 받았다. 아이슬란드는 1944년 덴마크에서 독립한 이후 1949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다. 아이슬란드는 비록 군대와 정보기관이 없지만 외국 군대의 영구 주둔을 금지하는 조건으로 나토의 보호를 받고 있다. 1951년에는 미국과 상호 방위 협정을 체결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5위인 북극권의 부국 아이슬란드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이미 EEA 속해 EU와 비교적 자유로운 무역을 하고 있다. 동시에 EU 법규를 상당 부분 인정하여 회원국 내 자유로운 이동을 인정하는 솅겐 조약에도 가입한 상태다.

아이슬란드는 앞서 2008년 국내 대형 은행 3개가 파산하며 금융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자 2009년에 EU 가입 신청서를 냈다. 이후 경제난에서 회복한 아이슬란드는 그리스 등 남유럽의 채무 위기 여파로 유로존(유로 사용 21개국) 붕괴 가능성이 거론되자 2013년 EU 가입 협상을 동결했다. 이어 2015년 3월에는 EU 측에 가입 후보국 지위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프로스타도티르가 이끄는 집권당은 안보를 이유로 EU 가입을 지지했다. 아이슬란드는 최근 지구온난화 및 북극항로 개척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권 개발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강대국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취임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공공연히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합병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빌리 롱 아이슬란드 대사는 지난 1월 대사 임명 전에 이미 미국 하원의원들과 사석에서 만나 "아이슬란드가 미국의 52번째 주(州)가 될 것"이며 "내가 주지사가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한편 EU 가입 반대 진영에서는 EU 가입 시 주체적인 입법 및 규제 권한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인 어업 부문에서 자체 결정권을 잃을까 봐 걱정했다.

30일 영국에서 EU 탈퇴 운동을 주도했던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30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아이슬란드가 독립을 지키기로 한 것을 축하한다"고 썼다. 프랑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 펜 하원의원도 이번 투표가 "자유로운 주권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의 이익에 협력하는 유럽"을 보여준다고 환영했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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