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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매일 장독대 뒤에서 우셨는데…" 75년 만에 동생 품에 안긴 19세 형님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6·25 횡성전투서 산화한 故 김하동 일병 '호국영웅 귀환행사' 용인 자택서 거행
80대 주민 제보로 수습,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하반기 유해발굴 대장정 병행

31일 오전 전병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왼쪽)이 유가족 대표인 고 김하동 일병의 남동생 김하준 옹(오른쪽, 87세)에게 호국의 얼 함을 전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31일 오전 전병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왼쪽)이 유가족 대표인 고 김하동 일병의 남동생 김하준 옹(오른쪽, 87세)에게 호국의 얼 함을 전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형님이 돌아가시고 부모님께서 매일 장독대 뒤에서 눈물 흘리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어린 나이에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습니다. 그 한(恨)이 이제야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 7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품고 살아온 87세의 노병은 마침내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멈춰 선 형의 유해를 품에 안고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6·25전쟁 당시 격전지에서 산화한 호국영웅이 차가운 산야를 떠나 마침내 혈육의 곁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31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전사자의 남동생 김하준 옹(翁)의 자택에서 고(故) 김하동 일병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정중히 거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취지에 따라 유가족의 뜻을 전적으로 반영해 안방 격인 자택에서 열렸다. 전병희 국유단장은 고인의 남동생에게 호국영웅 귀환 패와 신원확인 통지서, 그리고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있던 발굴 유품을 담은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하며 깊은 경의를 표했다.

경상북도 경주시 출신인 고(故) 김하동 일병은 1932년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실질적인 장남 역할을 하며 집안을 이끌었던 든든한 청년이었다. 경주중학교 재학 중이던 1950년 11월, 18세의 어린 나이에 조국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원입대했다. 대구 육군 제1훈련소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후 국군 제8사단에 배치된 고인은 이듬해인 1951년 2월, 국군과 중공군의 운명을 가른 치열한 공방전이었던 '횡성전투(1951년 2월 5일~15일)'에 참전했다가 19세의 꽃다운 나이로 장렬히 산화했다.

영웅의 귀환은 한 지역 주민의 소중한 기억에서 시작됐다. 지난 2024년 3월, 한 80대 주민이 "어릴 적 국군 장병들이 중공군에게 붙잡혀 야산에 매장되는 것을 목격했다"는 결정적 제보를 접수하면서 발굴 작전이 급물살을 탔다. 조사관들의 정밀 검증을 거쳐 지난해 4월 강원도 횡성군 압곡리 일대에서 마침내 부분 유해가 수습됐다. 특히 고인의 신원확인은 사전에 확보된 데이터 덕분에 빠르게 진행됐다. 국유단 탐문관들이 유해 발굴 전인 2023년 이미 남동생 김하준 옹을 찾아 유전자(DNA) 시료를 미리 채취해 둔 덕분에, 발굴 이후 유전자 비교 분석을 거쳐 형제 관계를 완벽히 입증할 수 있었다. 이로써 고인은 올해 국유단이 아홉 번째로 신원을 확인한 호국영웅이자, 통산 277번째로 가족의 품에 돌아온 전사자로 기록됐다.

한편, 우리 군은 이번 김 일병의 귀환을 기점으로 아직 땅속에 묻혀 있는 또 다른 영웅들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작전에 돌입한다. 국방부는 8월 31일부터 오는 11월 27일까지 약 3달간 전국 13개 시·군(15개 지역)에 육군 14개 사·여단 및 해병대 제1사단 등 장병들을 투입해 '2026년 후반기 6·25전사자 유해발굴'을 본격 개시한다고 전했다. 국유단은 상반기 비무장지대(DMZ) 백마고지 등에서 77구의 유해를 수습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 하반기에도 포화가 극심했던 전국의 산야를 누비며 '국가의 무한 책임'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31일 오전전병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오른쪽)이 고 김하동 일병의 유가족에게 고인의 유해발굴 및 신원확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31일 오전전병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오른쪽)이 고 김하동 일병의 유가족에게 고인의 유해발굴 및 신원확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지난 2025년 4월 강원특별자치도 횡성군 서원면 압곡리 일대에서 수습한 국군 제8사단 소속의 고(故) 김하동 일병의 유해. 국방부 제공
지난 2025년 4월 강원특별자치도 횡성군 서원면 압곡리 일대에서 수습한 국군 제8사단 소속의 고(故) 김하동 일병의 유해. 국방부 제공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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