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 공수 바뀐 베선트…中 압박하고 美국채 방어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지난 2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올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의 청사진을 공개했을 때 미국은 '공격수'에 가까웠다. 중국 등을 겨냥한 글로벌 불균형을 바로잡고 부채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금융규제를 현대화해 G20을 성장 중심의 경제협의체로 되돌리겠다는 구상이었다.
6개월여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재무부가 장기채 바이백을 확대하며 시장에 직접 개입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에서는 재무부가 시장이 결정할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에는 시장 왜곡을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미국은 왜 국채시장에 개입하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수비수' 역할까지 맡게 된 셈이다.
3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베선트 장관의 '공수' 능력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다.
미 재무부가 지난 2월 제시한 올해 G20 재무장관 회의의 핵심은 '성장'이다. 베선트 장관은 "G20을 본래의 핵심 임무로 되돌리겠다"며 금융규제 현대화, 과도한 글로벌 불균형 해소, 부채 투명성과 구조조정 개선, 디지털자산 생태계 활성화, 국경간 결제 개선 등을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이 집중할 분야는 '과도한 글로벌 불균형'이다. 정부 지원에 따른 과잉생산과 과잉설비가 세계 시장으로 쏟아져 공정한 경쟁을 훼손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중국의 수출 중심 성장모델을 겨냥한다. 이 문제에서는 유럽도 미국과 이해가 맞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당국자들도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중국산 제품이 밀려들며 자국 산업을 위협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이 관세장벽을 높이면서 중국산 제품이 유럽 등 다른 시장으로 향하는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G20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다음 달 미국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상태로 중국의 과잉생산과 무역 불균형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 재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로이터에 "각국이 과잉생산과 과잉설비를 글로벌 시장으로 밀어내는 정책이 아니라 생산성과 혁신, 투자를 통해 경쟁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주요 의제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를 구입하거나 금융거래를 계속하는 국가와 기업에 2차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제 금융망 차단에 나섰다. 미 재무부는 이란과의 거래를 이유로 G20 회원국인 이집트 국영은행 방크 미스르의 아랍에미리트(UAE) 지점들을 달러 거래망에서 차단하기로 했다. 중국 금융기관을 통한 이란 자금 이동에도 2차 제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 재무부 고위 당국자는 베선트 장관이 G20 회원국들과 갖는 사실상 모든 양자회담에서 이란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미국에 계속 접근하려면 이란과의 거래를 끊으라는 압박인 셈이다.
베선트 장관이 수비에 나서야 할 대목은 미국 국채시장이다. 미국 국가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최근 3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에 재무부는 10~30년 만기 장기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소 2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두 배 확대했다.
논란의 핵심은 재무부가 시장이 결정하는 장기금리에 직접 손을 대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국채금리는 투자자들이 미국의 재정과 인플레이션 위험 등을 평가해 매기는 가격이다. 정부가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낮추면 시장의 가격 신호를 왜곡하고 중앙은행인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 영역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들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들은 재무부의 장기채 바이백 확대가 정부의 차입비용을 낮추기 위한 이례적인 시장 개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개입 효과가 일시적이라며 향후 연준에 국채 매입을 압박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미 재무부는 바이백이 금리 통제가 아니라 시장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한다.
결국 베선트 장관은 이번 G20에서 중국에는 과잉생산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주요국에는 이란의 돈줄을 끊는 데 동참하라고 압박하는 '공격수'다. 동시에 미국은 왜 시장 가격인 장기금리에 개입하는지 설명하고 시장과 주요국의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수비수'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