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원단 회사 사장의 이중생활.. 성인 PC방 2133곳에 불법 도박사이트 공급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경찰, 1200억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소탕
총책 등 15명 검거·9명 구속.. 범죄수익 32억원 추징 보전
원단 회사 직원까지 포섭해 베트남 현지 콜센터에 투입하기도

울산경찰청이 베트남에 서버를 두고 국내 성인 PC방을 통해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기업형 범죄조직을 검거했다. 경찰이 파악한 조직도.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경찰청이 베트남에 서버를 두고 국내 성인 PC방을 통해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기업형 범죄조직을 검거했다. 경찰이 파악한 조직도. 울산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해외에 거점을 두고 판돈 12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국내 성인 PC방에 유통해 온 기업형 범죄조직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울산경찰청(청장 유윤종)은 해외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리OO'를 운영하며 국내 성인 PC방에 사이트를 공급한 혐의(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 및 도박공간개설 등)로 운영자와 총괄이사, 국내 영업총판, 사이트 개발자, 해외 콜센터 조직원 등 15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베트남에 서버를 두고 슬롯, 바카라 등을 제공하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이들이 관리한 국내 성인 PC방은 전국 2133곳에 달하며, 오간 판돈은 약 1200억원으로 파악됐다.

수사는 지난 4월 울산 중구의 한 성인 PC방에서 불법 환전영업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업주 처벌에 그치지 않고 도박 프로그램 공급 경로를 추적해 인테리어 업체로 위장한 울산 총판 사무실을 급습, 운영진을 검거했다. 이어 프로그램 리뉴얼을 담당하는 개발자를 서울에서 검거했다. 이번 검거는 사이트 리뉴얼 준비 단계에서 이뤄져 총책과 개발자가 동시에 붙잡히면서 재영업 기반이 완전히 차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찰은 그 뒤 해외 조직까지 추적해 검거를 마무리했다. 국내 총책 검거 소식에 필리핀으로 도주했던 해외 콜센터 직원들은 경찰의 여권 무효화 조치에 못 이겨 인천공항으로 자진 입국하다 현장에서 체포·구속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현금 3900만원과 휴대전화 25대, PC 43대, 사이트 개발용 노트북 등을 압수했다. 또 피의자 13명을 대상으로 32억 6255만원 상당의 범죄수익에 대해 추징보전을 신청해 이 중 약 27억원을 법원으로부터 인용받아 자금줄을 동결했다.

울산경찰이 검거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서울에서 원단 회사를 운영하면서 불법 도박사이트 함께 운영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사진은 원단 회사의 사무실 모습.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경찰이 검거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서울에서 원단 회사를 운영하면서 불법 도박사이트 함께 운영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사진은 원단 회사의 사무실 모습. 울산경찰청 제공

조사 결과 이들은 겉으로는 정상적인 사업가 행세를 하며 이중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서울에서 원단회사를 운영하면서 자사 직원을 포섭해 베트남 콜센터에 투입했고, 울산권 총판은 인테리어 사무실 간판을 내걸고 활동했다. 부녀가 함께 성인 PC방을 운영하거나 총판 공범들이 학창 시절 동창인 사례도 확인돼, 가족·친구·직장동료 등 사적 관계가 범죄 확산 통로로 악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6월 불법 도박사이트 '도파민' 조직을 검거한 데 이어 성인 PC방 특별단속을 이어왔으며, 최근에는 울산시와 5개 구·군,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경찰 단속과 지자체 행정처분을 연계하는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유윤종 울산경찰청장은 "불법 도박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가정경제를 파탄 내고 범죄조직의 자금줄이 되는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프로그램 공급자와 해외 총책 등 배후 상선까지 끝까지 추적해 도박 유통망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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