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공공주택 백화점' 된 대한민국…8·13 대책서 또 늘어난 '공공' [누구를 위한 어떤 '공공' ①]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공공주택 특별법의 뼈대…공공임대·공공분양 두 축
8·13 대책, 택지·매입임대·분양·전세 전 단계 손질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일대는 다양한 형태의 공공주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추진 중인 신길 2지구. /사진=서윤경 기자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일대는 다양한 형태의 공공주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추진 중인 신길 2지구. /사진=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늦여름 호우가 내리던 지난 8월 31일, '특별한' 백화점을 찾았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우신초등학교까지 1㎞를 걸어가는 내내 거리엔 백화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안내문들이 보였다.

부동산 중개업소 입구에 붙은 안내문엔 '재개발' '재건축' 그리고 '분양권'이 인쇄돼 있었다. 우신초 옆골목으로 들어서니 이번엔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큼지막하게 적힌 '현물보상 신청 기간'이다.

이 곳은 부동산 전문가가 공공주택 사업의 '백화점'이라 표현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일대였다. 구역에 따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주택정비형재개발사업, 주택정비형공공재개발사업, 공공재개발사업이 계획됐거나 진행 중이었다.

'공공' 주택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이름과 형태로 등장했고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정부 때 복잡한 임대주택 유형을 묶기 위해 통합공공임대주택을 만들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다시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같은 새로운 유형이 제시됐다"며 "과거 제도를 당장 없애기는 어렵다. 다만 앞으로는 공공주택 유형을 결합, 통합해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형에 소유까지 다양한 공공주택

/제공=세종대
/제공=세종대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에서 공공주택은 국가·지방자치단체·한국토지주택공사(LH)·지방공사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정부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건설·매입 또는 임차해 공급하는 주택을 말한다.

법률상 가장 큰 갈래는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이다. 공공임대는 직접 건설하는 공공건설임대와 기존·신축주택을 사들여 공급하는 공공매입임대 등으로 다시 나뉜다. 영구임대·국민임대·행복주택·장기전세·분양전환공공임대·매입임대·전세임대 등도 공공임대 체계 안에 있다.

1980, 90년대에는 공공이 택지를 개발해 주택을 직접 짓고 임대하거나 분양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2000년대 들어선 공공택지와 공공주택지구를 통한 대규모 공급체계가 정비되고 매입임대가 확대됐다.

2010년대에는 공급방식이 더 다양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주택도시기금과 LH 등이 리츠를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공공임대리츠', 고령자 주택과 복지시설을 결합한 '공공실버주택', 노후주택을 매입·개량하는 '공공리모델링 임대주택' 등이 등장했다.

2018년에는 민간사업자가 주택을 소유·임대하되 공공택지와 기금 등을 지원받고 임대료 등에 규제를 받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 도입됐다.

'공공'이라는 이름의 주택이 급격히 늘어난 건 2020~2021년이다. 2020년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 공공전세주택이 잇따라 등장했고 2021년에는 '공공주도 3080+'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이 추가됐다.

집을 직접 지어 빌려주거나 파는 수준에서 기존 도심 개발과 재개발·재건축 사업 참여로 확장된 데 따른 것이다.

공공분양의 소유방식도 세분화됐다. 지분적립형은 초기 지분만 취득한 뒤 20~30년에 걸쳐 지분을 늘리는 방식이고, 이익공유형은 주택을 처분할 때 공공과 처분손익을 공유하는 구조다.

'8·13' 부동산 공급대책에 포함된 '공공'

정부가 지난 달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도 공공주택 관련 정책이 대거 포함됐다.

2026~2030년 수도권에 기존 대책보다 23만호+α를 추가 공급한다는 내용 중 공공택지 공급 확대 효과만 16만호+α다. 우선 신규·기존 공공택지의 사업기간을 평균 68개월에서 37개월까지 줄이고, 3기 신도시 등 기존 사업의 착공도 1~2년 앞당긴다. 신규 공공주택지구는 10만호+α 규모로 지정한다.

공공택지 내 상업·도시지원시설 등 비주택용지 49만평을 주택용지로 전환해 2030년까지 3만호를 착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도심에서는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1만~2만호를 추가 발굴한다.

LH 등의 매입임대도 확대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4만호를 착공한다. 신축 공공매입임대를 짓는 사업자의 취득세 감면율을 2027년까지 15%에서 70%로 높이는 등 세제 지원도 강화한다.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물량도 2027~2030년 기존 1만2000호에서 2만호로 늘린다.

공공분양 방식도 바뀐다. 정부는 앞으로 공공분양 물량의 약 15%를 지분적립형 또는 수익공유형으로 공급한다. 지분적립형은 초기 지분 25%만 취득한 뒤 장기간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수익공유형은 주택도시기금에서 구입자금을 지원받고 향후 발생한 수익을 기금과 공유한다.

공공임대에는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이 신설된다. 3기 신도시 역세권과 서울 도심 등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공급하고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무주택 청년에게 배정한다. 청년전용타운 1만1000호도 조성한다.

'청년 보편형 전세임대'도 새로 만든다. 수도권 1인 지원한도를 기존 최대 1억2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높이고 소득기준도 완화한다.

공공지원민간임대에는 20년 이상 운영하는 장기 모델을 추가한다. HUG 보증을 활용해 사업자가 최대 34년간 장기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기금 출자·융자 지원도 확대한다.

/제공=세종대
/제공=세종대

8·13 대책의 공공주택 정책은 공공택지 확대와 사업기간 단축, 도심 공공사업과 매입임대 확대, 공공분양 방식 다양화, 새로운 공공임대 유형 도입으로 정리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공공부문의 공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청년·무주택자의 임대와 내 집 마련 선택지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공주택사업을 주도하는 LH는 공공주택의 역할을 '자전거'에 비유했다.

LH 수도권정비사업특별본부 이용주 차장은 최근 세종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서울 도심에 안정적으로 주택 공급을 하려면 공공과 민간이 같이 두 바퀴로 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특강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이해와 미래'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공공주택에 대한 시장의 인식도 달라졌다.

재건축전문인 김휘천 공인중개사는 "공공주택에 대한 정책이 예전과 달리 많이 좋아지면서 우리 지역에서도 해 달라는 요청이 나올 정도"라며 "과거 공공이 한다고 하면 (아파트)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고 싫어했는데 이제 그런 일은 없어졌고 대신 사업성을 높여주고 용적률 혜택도 많이 주니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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