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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란한 여성' '홧김에' 쓰지 마세요"…여성폭력 보도 첫 권고기준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문란한 여성' '홧김에' 쓰지 마세요"…여성폭력 보도 첫 권고기준

[파이낸셜뉴스]
여성폭력 사건을 보도할 때 피해자를 두고 '문란한 여성', '문란한 사생활'이라고 표현하거나 가해자의 범행을 '홧김에', '순간의 잘못' 등으로 묘사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하는 정부·언론계 공동 권고기준이 처음 마련됐다. 피해자의 '평소 행실'이나 다른 사람과의 교제 이력 등을 범죄 발생 원인과 연결하는 보도 역시 자제하도록 했다.

성평등가족부는 한국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 1.0'을 마련했다고 31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개정돼 올해 7월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라 마련된 첫 권고기준이다.

권고기준은 여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할 수 있는 표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란한 여성·문란한 사생활'은 피해자의 성적 이력을 도덕적으로 평가해 폭력 피해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주의 대상으로 분류됐다. '평소 행실', '밤늦게 다녔다', '다른 남성과 교제' 등의 표현도 피해자의 생활 방식을 범죄 발생 원인과 연결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가해자 중심의 표현도 지양하도록 했다. '우발적 범행', '순간의 잘못', '홧김에', '순간적인 격분' 등은 폭력을 일시적 감정이나 충동에 따른 행위로 설명해 가해자의 책임을 약화하고 선행 폭력이나 스토킹, 강압적 통제 등 사건의 맥락을 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술김에', '만취해서'처럼 음주를 폭력의 원인으로 제시하는 표현도 같은 이유로 주의하도록 했다.

범죄를 가볍게 만들거나 흥미거리로 소비하게 하는 표현도 대상에 포함됐다. '몹쓸 짓', '나쁜 손', '못된 손', '검은 손' 대신 성폭력·강간·강제추행 등 구체적인 범죄행위를 정확하게 쓰도록 했고, '성추문', '섹스 스캔들', '치정', '치정극', '삼각관계' 등도 사건의 본질을 사생활이나 연애 갈등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하도록 했다. 피해자의 성별을 별칭처럼 붙이는 '○○녀' 표현도 편견과 낙인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권고기준은 이밖에 선정적·자극적 제목과 피해 상황의 과도한 묘사를 지양하고, 피해자의 신원이나 사생활을 불필요하게 드러내지 않도록 했다. 검색 유입이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자극적 키워드, 피해자를 무기력하고 나약한 존재로 정형화한 이미지 사용도 점검하도록 했다.

성평등가족부는 권고기준의 현장 이행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수습·경력 기자 교육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고, 여성폭력 방지 정책 유공 포상 때 우수 보도 기자를 포상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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