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기술 얻고도 멈춰 선 자폭 드론, 동북아 공급망 재편 속 韓 인프라 구축 과제
마라도함 해상 사출 드론, 추가 시험 없이 '기술 확보'로 사업 마감 입장
美 주도 탈중국 '청정 드론 생태계' 구축하는 미·일·대만, 장기 투자 지속
北 러·우 전장 학습, 드론 고도화… 韓 군사용 SW·위성 그물망식 통신망 구축 시급
[파이낸셜뉴스] 현대 전장에서 드론은 단순한 부속 전력이 아닌, 전쟁의 성패를 가르는 비대칭 무기체계로 부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증명된 자폭 드론의 전술적 가치는 동북아 안보 지형마저 흔들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과 대만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중국산 부품이 배제된 '청정 드론 방산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북한 역시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드론 생산 기지 역할을 하며 관련 전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드론 전쟁의 심화 속에서 대한민국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추진해 온 핵심 드론 전력화 사업 중 하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25일 남해상 마라도함에서 발생한 드론 추락 사고의 후속 조치로, 군 당국은 해당 중형 자폭 무인기 개발 사업을 추가 재시험 없이 예정대로 종료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방산 전문가들은 핵심 기술력을 검증한 이후의 후속 피드백 과정과 인프라 연계성에 대한 정책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술적 성과 거뒀지만, 재시험 가이드라인 부재에 대한 지적
이번 자폭 드론의 해상 사출 실패 원인은 기체 자체의 근본적인 결함이 아닌, 하단 발사관 왼쪽 개폐문의 조립 유격으로 인한 추력 변형 손상으로 분석됐다. 이미 지상 시험에서는 완벽히 성공해 핵심 기술을 확보한 상태에서, 파도와 염분 등 까다로운 해상 함정 환경의 특성상 발생한 비핵심적 부품의 유격이 원인이었던 셈이다.
방사청은 "원인 분석은 현재 초도 단계 분석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은 더 분석해 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전투실험, 추가실험 등은 추후 다른 사업에서 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핵심 기술 확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사업을 종료하고, 추후 별도의 전력화 사업에서 이를 활용·검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은 해상 시험 비용의 경제성을 고려할 때, 명확한 재시험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술적 신뢰성과 자신감을 대내외에 확실히 각인시켰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드웨어적 보완을 거친 재시험 프로세스가 생략된 채 사업이 최종 종결됨에 따라, 향후 유사 무기체계 개발 시 전술적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시점이다.
■미·일·대만의 '장기적 청정 생태계' 투자와 북·러의 드론 밀착
우리 군이 확보한 기술 자산을 신속하게 제도화하고 인프라 구축으로 연결해야 하는 이유는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매우 긴박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에 발맞춰 올해 관련 예산으로 약 182억대만달러(약 7640억원)를 책정한 대만은, 최근 의회를 통해 향후 6년간 총 2400억대만달러(한화 약 10조원) 규모의 장기 드론 전력 확보 기조를 확정했다. 중국산 부품을 철저히 배제한 자폭 드론 및 무인수상정(USV) 공급망을 중장기적으로 다지겠다는 포석이다. 일본 역시 방위비를 증액하며 드론·대드론 전력을 미·일 동맹의 핵심 축으로 편입시키는 중이다.
한반도를 직접 겨냥한 북한의 위협은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북한은 러·우 전장에서 습득하고 학습한 드론 대응 전략과 전술을 정밀하게 가다듬는 한편, 러시아의 드론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며 실전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흡수하고 있다. 동북아 전체가 미국 주도의 청정 드론 생태계와 북·러의 드론 결속이라는 거대한 대조적 축선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기체 양산 넘어 군사용 SW와 그물망식 통신 인프라 구축 시급
대한민국 군이 이 같은 글로벌 안보 변화 속에서 드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드론 기체(하드웨어)의 단순 확보를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전장에서 수많은 드론을 유기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은 군사용 첨단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적의 고출력 전파교란(재밍)을 무력화할 수 있는 군 위성통신 인프라 확보는 물론, 지상 통신이 차단된 극한 상황에서도 드론과 드론이 거미줄처럼 서로를 연결해 표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그물망식 독립 통신망(메시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번 마라도함 실험 종료 사례는 단기적 하드웨어 성과주의를 넘어 장기적인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확보된 국산 핵심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전술 소프트웨어의 고도화와 독자적 위성 지휘통제망 확충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드론 인프라 구축 탑다운(Top-down) 전략'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