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금융 앞세운 은행권… 자영업대출은 '제자리걸음'
부동산업 비중 큰 개인사업자대출
생산적 금융 확대될수록 '정체'
금리상승·임대업 부진 이중고
자영업자 대출 여력·수요 약화
'생산적 금융'을 앞세운 은행권의 전체 기업대출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소호(SOHO·개인사업자)대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은행들이 부동산에 집중됐던 자금을 첨단산업과 수출기업 등 생산적 부문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부동산임대업 비중이 큰 소호대출의 증가세가 제약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상승과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의 대출 여력과 수요가 함께 약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소호대출 잔액은 지난 21일 기준 325조8089억원으로 지난해 말 324조4325억원보다 1조3764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월별로는 지난 1월과 6월 각각 전월 대비 2770억원, 4230억원 줄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1일까지 783억원 감소했다.
반면 기업대출은 가파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37조2572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4.4%로 소호대출 증가율의 10배가 넘는다.
소호대출이 정체된 구조적 배경으로는 역설적으로 생산적 금융 전환이 꼽힌다.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예대 중심의 금융구조를 첨단산업과 벤처, 기업 등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에 은행들도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실적을 핵심성과지표에 반영하면서 기업대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기존 소호대출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말 국내은행의 전체 개인사업자대출 중 부동산업 비중은 35.6%에 이른다. 생산성에 따라 자금을 재배분하려는 생산적 금융이 본격화하고 부동산 관련 여신 규제가 강화될수록 부동산임대업 비중이 큰 소호대출 증가세는 제약받는 구조인 것이다.
더구나 부동산임대업 차주의 상환 여력도 약해지고 있다. 부동산임대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 2019년 1·4분기 말 0.23%에서 올 1·4분기 말 0.81%로 상승했다.
자영업자의 전반적인 영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은 온라인·비대면 소비 확대로 대형 사업자와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디지털 대응력이 떨어지는 영세 자영업자의 매출 부진과 부실 위험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의 폐업률은 2024년 말 각각 18.2%, 17.5%였고, 이들 업종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올해 1·4분기 말 각각 2.57%, 1.93%에 달했다.
여기에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올라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84%로 한 달 전보다 0.06%p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여신 규제가 강화되고 생산적 금융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은행권 소호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내수 부진이 해소되지 않는 한 소호대출이 빠르게 확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예병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