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톱스타 대신 왜 내 얼굴 박았냐고요?"…불신 가득한 탈모 시장 흔든 교수님 [인터뷰]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탈모 샴푸 패키지에 개발진 얼굴 새긴 이해신 KAIST 석좌교수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이 폴리페놀 접착 기술을 적용해 만든 탈모·볼륨 케어 샴푸 그래비티가 출시 27개월 만에 270만병 판매고를 올리며 화제가 됐다. 사진은 주혜린 객원연구원, 이해신 교수, 양한열 선임연구원, 김은우 연구원(왼쪽부터). 사진=폴리페놀팩토리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이 폴리페놀 접착 기술을 적용해 만든 탈모·볼륨 케어 샴푸 그래비티가 출시 27개월 만에 270만병 판매고를 올리며 화제가 됐다. 사진은 주혜린 객원연구원, 이해신 교수, 양한열 선임연구원, 김은우 연구원(왼쪽부터). 사진=폴리페놀팩토리

[파이낸셜뉴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배우나 방송인을 앞세운 '빅모델 경쟁'이 한창인 탈모 및 기능성 헤어케어 시장. 인기 연예인 화보가 당연시되던 이 시장에 정반대의 승부수를 던진 이가 있다. 제품 포장 박스와 광고 전면에 연예인 대신 기술 개발진의 실제 얼굴을 그대로 인쇄해 내건 스타트업 그래비티의 기술 개발자, 이해신 KAIST 화학과 석좌교수다.

자연계 접착 원리를 응용한 폴리페놀 분야 권위자인 이 교수는 "소비자가 매일 손에 쥐는 박스에 개발자의 얼굴을 넣은 것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연구 책임의 연장'"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처음에는 다들 생소해했지만 성분과 데이터에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뜻이자, 제품이 나온 이후에도 품질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연예인을 앞세운 화려한 포장보다 개발자가 직접 나서는 것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신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계 연구자가 소비재 제품 전면에 얼굴을 내비치는 것에 대해 출발부터 호의적인 시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처음엔 'KAIST 교수가 왜 샴푸를 하느냐, 기술 개발이나 해라', '과학자가 웬 광고 모델이냐' 등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가 이 같은 '정공법'을 밀어붙인 이유는 탈모 샴푸 시장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불신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과장 광고가 쌓아 올린 시장의 불신을 넘어서는 유일한 방법은 제품에 확신을 가진 개발자가 직접 이름을 걸고 설명하는 것뿐이라고 봤다"면서 "다행히 제품을 실제로 써본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연구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고 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현장에서도 홍보 직원 대신 이 교수가 직접 부스를 지켰다.

이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단 1평짜리 작은 부스였지만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며 "성분의 작동 원리를 묻는 질문에 직접 답하고, 현장에서 나온 궁금증과 실사용 피드백을 연구 노트에 꼼꼼히 기록했다. 우리에게는 해외 박람회장도 제품 광고판도 연구실의 연장이자 또 하나의 실험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기능성 소비재 시장일수록 '누가 만들었는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기능성 소비재 시장에서 유명인 중심의 이미지 마케팅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앞으로도 연구실에서 검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끝까지 품질에 책임을 다하는 연구자의 자세로 소비자와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교수는 폴리페놀을 상용화하기 위해 폴리페놀팩토리라는 회사를 차렸고, 김은우 연구원(30), 양한열 선임연구원(38), 주혜린 객원연구원(25)이 함께 연구해 그래비티 삼푸를 만들었다.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이 버스광고 모델로 나선 모습. 사진=폴리페놀팩토리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이 버스광고 모델로 나선 모습. 사진=폴리페놀팩토리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 사진=폴리페놀팩토리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 사진=폴리페놀팩토리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빅모델 경쟁 #탈모 #헤어케어 #그래비티 #이해신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