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재성 경찰청장 대행 퇴임..."경찰 수사는 권한 아닌 책임이자 의무"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수사·기소 분리 한 달 앞두고 수사 책임 강조
"최근 사건·사고, 경찰 존재 이유 되물어...시스템 냉철히 돌아봐야"

인사말하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인사말하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38년간 경찰에 몸담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제45대 차장)이 2일 퇴임하면서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앞둔 경찰 조직에 "경찰 수사는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자 의무"라고 당부했다. 최근 장미란씨 실종 허위종결 사건·장윤기 사태 부실수사 논란 등으로 경찰에 대한 비판이 커진 데 대해서도 조직의 지휘·감독 체계와 내부 시스템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행은 이날 경찰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우리 경찰은 또 한 번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불과 한 달 뒤면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찰은 다른 수사기관과 달리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없다"며 "국민의 호소에 빠짐없이 응답하고 맡은 사건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매듭지어야 한다.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당사자에게는 일생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근 경찰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자성의 메시지를 내놨다. 유 대행은 "최근 잇따른 사건·사고는 경찰의 존재 이유마저 되묻게 한다"며 "잘못에는 반드시 합당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문제의 근본을 바로잡을 수 없다"며 "지휘·감독 체계는 빈틈없이 작동했는지, 기준과 절차는 완비돼 있었는지, 내부 시스템은 제 기능을 다했는지 이 모든 물음 앞에서 우리 스스로를 더욱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는 최근 경찰의 사건 처리와 내부 비위 등을 둘러싸고 잇따라 불거진 신뢰 논란 속에서 개인의 일탈뿐 아니라 조직 차원의 관리·감독 체계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유 대행은 경찰이 현장에서 떠맡고 있는 보호 업무에 대한 제도 개선도 요청했다. 자살 시도와 정신응급 상황, 주취·약물 문제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국민을 경찰이 우선 대응하고 있지만 이들을 인계할 시설이 부족해 경찰이 장시간 보호 업무까지 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위험에 처한 국민은 제때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경찰은 또 다른 긴급한 현장에 신속히 출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담당할 공공구호기관이 하루빨리 설치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경찰 인력과 장비 확충 필요성도 강조했다. 유 대행은 "14만 경찰이 감당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고 짊어진 책임 또한 무겁다"며 "꼭 필요한 인력과 시설·장비를 보강해 치안 기반을 확충하는 일은 반드시 이뤄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치안에 대한 투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후배 지휘관들에게는 경찰관의 마음 건강을 살피고 인사를 공정하게 운영해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유 대행은 "지금도 우리 곁에는 내면의 상처를 숨긴 채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동료가 적지 않다"며 "지휘관 여러분께서 먼저 그 아픔을 세심히 살피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달라"고 언급했다. 특히 "승진·보직 인사를 결정하는 순간에는 오직 '공정'의 원칙에 따라 판단해달라"며 "그 선택이 동료들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행은 1966년 충남 부여 출생으로 경찰대 5기를 졸업한 뒤 1989년 경찰에 입직했다. 강원경찰청 수사과장, 대전 동부경찰서장, 경찰청 수사기획과장, 서울 마포경찰서장, 경찰청 사이버안전과장 등을 거쳤다. 이후 경찰청 수사심의관·과학수사관리관,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장, 충남경찰청장, 대구경찰청장, 경찰청 형사국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지난해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뒤 경찰청 차장으로서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아 약 1년 3개월간 경찰 조직을 이끌었다.

유 대행은 "지금 다시 어떤 지휘관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묻는다면 '편안한 지휘관이자 인간적이고 양심적인 경찰관'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하겠다"며 "대한민국 경찰의 일원으로 살아온 것은 제 삶의 가장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유 대행의 뒤를 이어 김종철 신임 경찰청 차장이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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