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렉라자로… 유전자 변이 폐암 치료제 경쟁 후끈
유한양행·에이비온 등 개발 나서
환자마다 변이 다른 비소세포폐암
기존 치료제 내성 환자 등 정조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폐암 신약 개발이 '표적 쪼개기'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국산 폐암 치료제의 글로벌 진출 물꼬를 튼 이후, 후발 주자들은 모든 폐암 환자를 겨냥하기보다 기존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특정 유전자 변이 환자군을 공략하는 추세다.
2일 국가암정보센터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폐암 신규 발생자는 3만2953명으로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발생 1위다.
폐암의 약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환자마다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가 다르다. EGFR, HER2, MET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폐암이라도 어떤 변이를 가졌느냐에 따라 치료제가 달라지는 만큼 신약 개발도 특정 환자군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환자군을 세분화할수록 신약 적용 대상은 줄어들지만, 기존 치료제가 해결하지 못한 의료적 수요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임상적 가치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서다.
가장 앞선 사례는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다. 렉라자는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8월 특정 EGFR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 이 병용요법을 승인했다. 이후 유럽과 일본, 중국 등에서도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표적치료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약효가 떨어지는 '내성'이 생길 수 있다. 기존 약물이 막아내지 못하는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면서 치료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기존 치료제의 빈틈을 파고드는 이유다.
유한양행은 차세대 후보물질 'YH42946'을 개발하고 있다. HER2와 EGFR 변이를 동시에 겨냥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로,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까지 치료 범위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글로벌 임상 1·2상을 진행하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있다.
정밀의료 기반 항암제 개발사 에이비온은 MET 변이를 공략한다. 'ABN401(바바메킵)'은 MET 엑손14 결손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다. MET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동일 표적을 겨냥한 경쟁 치료제가 시장에 진입한 만큼 차별화된 임상 결과 확보가 과제다.
표적항암제 개발사 보로노이는 기존 치료 이후 발생하는 내성에 주목했다. 'VRN11'은 대표적인 EGFR 내성 변이인 C797S를 겨냥한 4세대 EGFR 표적치료제 후보물질이다. 기존 EGFR 치료제 이후 발생하는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으며, 현재 임상을 1·2상으로 확대해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렉라자 이후 국내 기업들의 폐암 신약 개발은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경쟁하기보다 치료제가 부족한 특정 변이 환자를 공략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다만 환자 수가 적은 만큼 초기 임상 데이터만으로 성공을 판단하기보다 실제 환자에서 얼마나 확실한 효과와 안전성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