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안보에 다시 꺼낸 석유·가스公 통합…관건은 20조 부채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합쳐 '에너지자원공사'를 출범시키기로 하면서 10년 넘게 논의와 무산을 반복해온 양사 통합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가 커진 만큼 석유와 가스를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안보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20조원에 달하는 석유공사의 부채를 통합 과정에서 어떻게 처리할지가 난제로 꼽힌다.
3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 따르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에너지자원공사로 통합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통합 방안을 마련한 뒤 관련 법률 개정 등을 거쳐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내세운 통합의 핵심 명분은 에너지안보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별도 공기업이 관리하는 현재 체제보다 하나의 기관이 국가 차원의 자원 확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산업통상부는 석유와 가스가 자원 자체는 다르지만 탐사·개발·사업관리 과정에서 상당 부분 기능이 겹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자원 탐사 과정에서 석유와 가스가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탐사 경험과 기술, 지질정보, 사업성 평가, 계약관리 등 양사가 각각 축적해온 역량도 공동 활용할 수 있다. 중복 투자를 줄이면서 해외 자원개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몸집을 키워 해외 자원 확보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도 정부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석유·가스 도입과 해외 광구 투자 등을 하나의 기관에서 추진하면 산유국과 글로벌 에너지기업을 상대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
통합한다고 석유공사의 모든 기능이 가스공사와 합쳐지는 것은 아니다. 석유공사가 담당하는 석유 비축과 탐사·개발 기능은 에너지자원공사로 이관하지만 알뜰주유소 등 석유 유통구조 개선 기능은 한국석유관리원으로 넘긴다. 그동안 석유·가스공사와 함께 자원 공기업 통합 대상으로 거론됐던 한국광해광업공단도 제외됐다. 광물은 석유·가스와 탐사·채굴 방식이 달라 통합에 따른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정부는 별도의 정상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문제는 석유공사의 막대한 부채다. 해외 자원개발 과정에서 누적된 손실 등으로 석유공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자산보다 2조5000억원 이상 많고 전체 부채는 20조원에 달한다. 정부도 석유공사의 부채를 그대로 통합법인에 넘기는 방식보다는 별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실 자산과 부채를 별도의 청산 법인에 넘기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노조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 설득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는 통합의 큰 방향만 확정하고 세부적인 조직·재무구조는 향후 협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통합 방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부채 해소와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주주·노조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큰 틀의 방향이 정해진 만큼 세부 이행방안은 충분히 협의하며 추진할 예정"이라며 "관련 법률 개정과 함께 부채 해소 및 주주·노조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과 설득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