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SOS를 들어주세요" 위기 청소년 곁을 지키는 청소년그루터기재단
장희선 청소년그루터기재단 총괄본부장 인터뷰
14년째 청소년 사망 원인 1위 '자살'
"사각지대 아이들 세우는 밀착 복지 절실
벼랑 끝 청소년의 울타리 되어 줄 것"
[파이낸셜뉴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이 금방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물을 계속 부어주면 어느 순간 콩나물은 자라 있습니다. 청소년을 돕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눈앞에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한 명의 아이가 삶의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면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서울 성북구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장희선 청소년그루터기재단 총괄본부장은 어려움에 놓인 청소년들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꾸준히 관심과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마음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한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14년째 자살이다. 위기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도움을 연결하는 동시에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청소년그루터기재단은 제도와 지원의 틈새에 놓인 청소년을 찾아 맞춤형 밀착 지원을 펼치고 있다. 재단 이름인 '그루터기'는 나무가 베어진 뒤에도 땅에 남아 다시 싹을 틔우는 부분에서 유래했다. 어려움에 놓인 청소년들이 잠시 쉬어가며 다시 자신의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곁을 지키겠다는 의미다. 재단은 다문화 청소년과 자립준비청소년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삼아 다문화 청소년과 가족을 위한 전문 센터를 운영하며 언어와 문화적 장벽에서 비롯되는 고립감을 덜어주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자립준비청소년에게는 양육시설을 퇴소한 이후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주거환경 개선과 일대일 맞춤형 자기성장 멘토링, 취업역량 향상교육 등을 지원한다.
이 같은 맞춤형 지원을 강조하는 데에는 장 본부장의 개인적인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13년간 금융권에 몸담았던 금융 전문가였다. 은행원 생활을 뒤로하고 복지 현장에 뛰어든 계기는 자살 현장을 직접 목격하면서다. 삶의 어두운 이면을 눈으로 확인한 뒤 어떻게 해야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아동·청소년 복지를 공부한 뒤 재단 설립 멤버로 참여했다. 장 본부장은 금융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단 운영의 투명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재단은 국세청이 발표한 '2025년 우수 공익법인'에 선정됐다. 장 본부장은 "투명성이 확보돼야 사각지대 아이들에 대한 정확하고 지속 가능한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재단의 활동은 청소년의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고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영이(가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베이비박스를 거쳐 양육시설에서 자라난 민영이는 예체능 분야에 재능을 보였지만 외부 지도자의 부당행위 등 혼자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를 겪으며 자해 충동까지 경험했다. "저는 혼자 싸워야 해서요"라며 마음을 닫았던 민영이를 위해 재단은 새로운 지도자를 연결했고 교육 환경도 바꿨다. 1년이 지난 지금 민영이는 자해 충동에서 벗어나 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필요한 지원이 있어도 위기 청소년을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적절한 도움을 주기 어렵다. 과거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나타나던 우울과 자해 문제가 최근에는 초등학생에게서도 나타나는 등 위기 연령이 낮아지면서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어린 나이일수록 자신의 어려움을 스스로 인식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데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조기 발견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장 본부장은 "자신의 힘든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경험이 부족하면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아끼던 물건을 나누어 주거나 갑자기 고립 상태에 빠지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인다면 주변에서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처한 환경과 관계, 행동의 변화를 함께 고려해야 하며 무엇보다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 본부장은 청소년 자살 예방은 위기의 징후를 놓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 필요한 도움을 연결하고, 아이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곁을 지키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소년그루터기재단이 지향하는 것은 아이들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때까지 격려하고 꿈을 틔울 수 있도록 그루터기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한 명의 아이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