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청소년 조기에 발견해 지속적 관심을"
장희선 청소년그루터기재단 총괄본부장
위기 순간에 혼자 있지 않도록
사회가 곁에서 세심히 살펴야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이 금방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물을 계속 부어주면 어느 순간 콩나물은 자라 있습니다. 청소년을 돕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눈앞에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한 명의 아이가 삶의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면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성북구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장희선 청소년그루터기재단 총괄본부장(사진)은 청소년들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배경에는 더 이상 개인이나 한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청소년 마음건강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14년째 자살이다. 위기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도움을 연결하는 동시에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재단법인 청소년그루터기재단은 제도와 지원의 틈새에 놓인 위기 청소년을 찾아 맞춤형 밀착 지원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 청소년과 자립준비청소년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삼고 전문 센터를 운영한다. 자립준비청소년에게 주거환경 개선과 일대일 맞춤형 자기성장 멘토링, 취업역량 향상교육 등도 지원한다.
이 같은 맞춤형 지원을 강조하는 데에는 장 본부장의 개인적인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그가 13년간 은행원 생활을 뒤로하고 복지 현장에 뛰어든 계기는 자살 현장을 직접 목격하면서다. 어떻게 해야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아동·청소년 복지를 공부한 뒤 재단 설립 멤버로 참여했다.
재단의 활동은 청소년의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고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영이(가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베이비박스를 거쳐 양육시설에서 자라난 민영이는 예체능 분야에 재능을 보였지만 외부 지도자의 부당행위 등 혼자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를 겪으며 자해 충동까지 경험했다. "저는 혼자 싸워야 해서요"라며 마음을 닫았던 민영이를 위해 재단은 새로운 지도자를 연결했고 교육 환경도 바꿨다. 1년이 지난 지금 민영이는 자해 충동에서 벗어나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필요한 지원이 있어도 위기 청소년을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적절한 도움을 주기 어렵다.
장 본부장은 청소년이 위기의 순간을 혼자 견디지 않도록 사회가 끝까지 곁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소년그루터기재단이 지향하는 것은 아이들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때까지 곁을 지켜주고 꿈을 틔울 수 있도록 그루터기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한 명의 아이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