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맛에 산 여행용 이심, 알고보니 '중국 로밍망'
속도 저하·접속 장애·보안 우려 통신사·망 정보 고지 기준 필요
[파이낸셜뉴스] 해외여행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이심(eSIM) 상품 가운데 일부가 중국 이동통신사의 로밍 상품을 재판매하면서도 이를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리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렴한 가격만 보고 구매했다가 여행 현지에서 통신 품질 저하를 겪을 수 있는데다 어떤 통신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알기 어려워 관련 고지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정치권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외여행용 이심 상품의 판매·고지 실태를 지적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의 사각지대를 비판했다.
일본, 베트남 등 제3국에서 사용하는 이심 가운데 일부가 현지 통신사의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는 상품이 아니라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통신사의 로밍 상품을 재판매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해외여행용 이심은 크게 현지 통신망에 직접 접속하는 '로컬망'과 제3국 통신사의 로밍 서비스를 거쳐 현지망에 연결되는 '로밍망'으로 나뉜다. 로밍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우가 많지만 일부 사업자가 중국 통신사의 상품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심 판매 과정에서 통신사나 데이터 경유 구조 등을 어떤 방식으로 표시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부족해 업체별 고지 방식도 제각각이다. 일부 업체는 기본 데이터를 소진한 뒤 제한된 속도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무제한 데이터'로 표시하고 있어 소비자 혼란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통신회사들의 로밍 상품도 제공된 데이터를 모두 소진하면 일정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쓸 수 있지만 정부가 '무제한 데이터'라는 표현이 허위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규정해 무제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통신 품질 문제도 거론된다. 로밍망은 현지 통신망에 직접 접속하는 방식과 달리 제3국 통신사의 로밍 체계를 거치기 때문에 이용 환경에 따라 인터넷 지연시간이 늘거나 속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보안 측면에서도 이용자가 어떤 통신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사전에 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많은 국민이 현지 이심이라고 생각해서 샀는데 사실은 중국 이심이었고, 현지에서 휴대전화를 켜는 순간 휴대전화의 고유 정보가 중국 서버에 등록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중국 통신사 이용 여부가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 사항인지 당국이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는 전기통신서비스 이용과 관련한 중요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고지하는 등 이용자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통신사 상품을 재판매하는 저가 이심은 중개업체를 여러 단계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지에서 먹통 등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가격에만 혹하지 말고, 현지 통신사와 직접 계약된 통신 상품인지 등을 확인 후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최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