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부른 '디젤 쇼크'…美 경유값 사상 최고
러시아·중동 정유시설 타격에 글로벌 공급 8% 차질
갤런당 5.85달러, 1년새 60%↑…물가 재상승 압력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우크라이나와 이란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불똥이 미국의 물가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와 중동의 정유시설 가동 중단으로 글로벌 디젤(경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국 디젤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디젤은 트럭과 철도 운송부터 농업·산업까지 경제 전반에 사용되는 만큼 가격 상승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전가되면서 인플레이션을 다시 밀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미국의 전국 평균 디젤 가격은 갤런당 5.8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1달러보다 약 60% 급등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갤런당 7.70달러까지 치솟아 전국 평균보다 약 2달러 비싸다.
디젤 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전쟁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러시아는 디젤 수출을 금지했다. 중동에서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과 역내 에너지 인프라 공격으로 일부 정유시설의 가동이 중단됐다.
미국 정유업체 발레로의 게리 시먼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러시아와 중동의 전쟁으로 하루 약 500만배럴의 정제능력이 가동 중단 상태라고 밝혔다.
글로벌 디젤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상당하다. 앤디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대표에 따르면 전 세계 디젤 수요는 하루 약 2800만배럴로, 현재 이 가운데 약 8%의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러시아의 디젤 수출 금지로 하루 약 80만배럴의 공급이 영향을 받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하루 약 120만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이란의 동맹 세력인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하루 약 20만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잔 정유시설도 가동을 멈췄다.
문제는 디젤 가격 상승이 휘발유보다 광범위하게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디젤은 트럭과 철도 등 물류뿐 아니라 농업과 난방, 산업 현장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래피던에너지의 밥 맥널리 창업자는 디젤이 휘발유보다 경제에 훨씬 깊숙이 연결돼 있다면서 "거시경제 측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연료"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상품이 유통 과정에서 트럭 운송을 거치는 만큼 디젤 가격 상승이 기업의 물류비를 거쳐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CNBC에 "온라인 쇼핑을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결국 모든 상품은 디젤을 사용하는 트럭을 타고 집까지 배달된다"면서 "이를 피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디젤 가격 상승이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