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호 한종협 대표 "검역이 막던 수입품 들어오면 농업 생산기반 무너진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간 검역을 통해 수입이 제한된 품목까지 새롭게 시장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부 품목 가격 하락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국내 농업 전반생산 기반과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노만호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상임대표(사진)는 6일 이같이 말했다. 노 대표는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이자,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이다. 한종협은 6개 농민단체가 모인 연대 조직이다. '한국농축산연합회','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과 함께 규모가 큰 연합 단체 가운데 하나다. 3개 연합 단체는 전국 38개 농민단체, 12개 어민단체를 아우른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CPTPP 가입 추진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노 대표는 CPTPP 가입시 농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 요구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CPTPP는 공식 가입 협상에 들어가기 위해 기존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실상 '전원 동의제' 구조다. 한국의 입장 만으로 협상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며 "기존 회원국들이 제기하는 통상 현안이 추가적인 개방 요구나 협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노 대표는 동식물 위생·검역(SPS) 완화로 과실류 개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CPTPP의 SPS 규범인 '지역화'가 적용된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껏 병해충 발생을 이유로 해당 국가 농산물 수입을 제한해왔지만 지역화가 적용될 경우 국가 전체가 아니라 병해충이 발생하지 않은 특정 지역·구획을 별도 평가해 수입 허용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는 SPS 수입금지 조치가 해제되면 사과 및 배 연평균 생산 감소액이 각각 약 5980억원, 약 20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노 대표는 "검역 완화 조치로 직접적인 개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사과·배·복숭아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쇠고기·돼지고기·유제품 등의 수입이 확대될 경우 국내 축산농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CPTPP로 인해 기존 수입품목의 관세 감축보다 SPS 완화에 따른 신규품목 수입 확대가 국내 농업에 더 큰 파급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정부가 CPTPP 가입을 전제로 연구·정책방향을 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입 추진에 앞서 농업계에 예상 위험을 진단하고,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 대표는 내년 국가 예산안에서 농림수산식품 분야 비중이 3.7%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하며 "농업의 희생이 반복되는 만큼 예산 비중을 최소 5%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정부가 방향을 먼저 정한 뒤 보완대책을 뒤따라 제시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 CPTPP를 바라보는 부처간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농업계와 협의 없이 통상 확대 논리만 앞세워 가입 검토를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보완대책은 가입 후가 아니라 가입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마련돼야 한다. 품목별 지원방안과 소요 재정, 지원 기준을 사전에 구체화하고 재정적 장치까지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최용준 농업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