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CPTPP 농업 협상서 '검역 완화' 대비책 판 짠다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검역 완화 여파를 반영해 협상 전략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 철폐 위주의 피해 산출을 넘어 검역 빗장 해제로 인한 수입 급증 가능성을 고려해 협상 카드를 대비한다는 취지다. 다만, 농업계는 피해 진단보다 사실상 CPTPP 가입을 전제로 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6일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실이 농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으로부터 제출받은 '신통상질서 농업분야 대응' 연구계획서에 따르면 CPTPP 가입시 활용할 협상 기초자료·대응전략 마련과 민감 품목 선정이 포함된다. 또 동식물 위생·검역(SPS) 완화 가능성에 따른 국내 농업의 품목별 영향을 검토한다. 임산물 분야 영향 연구도 별개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는 오는 12월 마무리된다.
이번 연구는 품목별 검역 완화 피해를 분석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추가 관세 감축보다 검역에 막혔던 수입이 풀리면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어서다. 한국은 12개 CPTPP 회원국 중 10개국과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농산물 시장 개방률이 90%를 넘는다.
앞서 2022년 정부는 CPTPP 가입시 관세 철폐로 15년간 연평균 최대 4400억원 농업 생산 감소를 추정했으나 당시에는 검역 완화 영향이 누락됐었다. 이를 반영하면 실제 생산 감소 폭은 훨씬 커질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특히 가입시 농업 피해 최소화 시나리오를 점검한다. 민감 품목 양허 제외를 비롯해 △저율관세할당(TRQ) 설정 △긴급수입제한조치 등 협상 테이블에서 활용할 방어 전략이 담길 예정이다. 일종의 농업 '마지노선'을 준비하는 것이다. KREI 관계자는 "농가 피해 지원책도 연구중"이라며 "가입이 아닌, 사전적 검토를 위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승규 의원은 "실질적 피해 규모조차 가늠하기 힘든 검역 완화를 전제로 가입 절차를 밟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정이다. 사과 농가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가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CPTPP의 SPS 규범은 기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달리, 수입국의 검역 권한을 제한한다. 양국간 검역 조치가 타결되지 않을 경우 '협력적 기술협의'를 통해 180일 이내에 해결하도록 규정, 그간 검역 절차 지연으로 수입을 사실상 차단하던 방식이 무력화될 수 있다. 또 검역 대상을 국가가 아닌, 지역이나 구획 단위로 세분화해 특정 농장에 병해충이 없다는 점만 입증되면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 사과·배 등 과일과 축산물 수입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email protected] 최용준 농업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