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설 불식시킨 SK… 베트남서 '글로벌 AI 풀스택' 승부수
30년 이어온 對 베트남 전략
자원·대기업 지분 등 투자 활발
누적 투자액 35억달러 넘어서
현지 직접 개발·운영에 무게추
해외 첫 통합형 LNG 발전 모델
뀐랍 프로젝트에 23억달러 투입
동남아 친환경 전력망 선점 기대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SK그룹의 베트남 투자 전략이 30년 만에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1998년 자원 개발로 베트남에 첫발을 내디딘 뒤 현지 대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를 확대해온 SK가 최근에는 청정에너지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프라를 직접 현지에서 구축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현지 대기업 지분을 잇달아 정리하면서 제기됐던 '베트남 투자 철수설'과 달리, SK는 오히려 베트남을 에너지와 AI를 결합한 미래 사업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는 모습이다.
6일 하노이 현지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그간 다른 4대 그룹(삼성·현대차·LG)이 베트남 내 생산기지를 두면서 투자를 늘린 것과 달리 지분 투자와 자원 개발 등 간접 투자가 주류였다. 그러나 지난해 최태원 회장이 또 럼 서기장과 면담을 통해 'AI 풀스택(반도체+에너지+데이터센터)' 투자를 제안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베트남 공산당 역시 내부에 SK그룹 전담 지원 조직을 신설하며 힘을 실어주면서 대(對)베트남 AI 풀스택 투자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자원·지분투자로 시작된 베트남 투자
SK의 베트남 투자는 1998년 붕따우 해상 '15-1 광구' 지분 참여로 시작됐다. 2003년 '검은사자' 유전에서 상업 생산을 시작한 뒤 15-1 광구 누적 생산량은 4억 배럴을 넘어 베트남 역대 2위 유전으로 성장했다.
2018년부터는 현지 대기업 지분 투자로 영역을 넓혔다. SK㈜·SK텔레콤·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한 SK동남아투자법인을 통해 마산그룹과 빈그룹에 15억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윈커머스와 이멕스팜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했다. 누적 투자액은 35억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2024년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이 시작되면서 베트남 투자 자산도 매각 대상에 올랐다. 2025년 빈그룹 지분을 전량 매각해 약 1조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며 성공적인 이익 실현을 거뒀다.
■'SEIC'로 에너지·AI 묶는다
SK는 간접 지분 투자로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직접 개발·운영하는 에너지와 디지털 인프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 전략의 핵심은 '특화 에너지-산업 클러스터(SEIC)' 구축이다. 대규모 발전소를 개별 전력사업으로 끝내지 않고, 안정적인 전력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을 한데 묶어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모델이다.
SK그룹이 해외에서 추진하는 첫 통합형 LNG 발전 모델인 뀐랍 LNG 프로젝트는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 국영 발전사 PV파워, 현지 기업 NASU와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다. 총 23억 달러를 투입해 1.5GW급 LNG 복합화력발전소와 저장터미널, 전용 항만을 통합 구축하며, 2027년 본공사에 들어가 2030년 12월 상업 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발전소에서 확보한 전력을 바탕으로 인근에 AI 데이터센터, 스마트 물류망, 스마트팜 등 첨단 산업을 결합하는 구상이다.
■'글로벌 AI 풀스택' 거점 확보...동남아 친환경 전력망 선점
이번 인프라 직접 투자는 베트남에게는 고질적인 에너지난 해결을 넘어 SK그룹 자체에도 확실한 미래 수익성과 성장 동력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우선 안정적인 장기 수익 기반(캐시카우)이 마련될 전망이다. 현지 업계에서는 LNG 발전소와 데이터센터 등 핵심 인프라는 향후 수십 년간 베트남 정부 및 대형 기업들로부터 안정적인 전력·서비스 판매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SK그룹 핵심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다. SK이노베이션(SMR 등 신에너지), SK이노베이션 E&S(LNG 조달 및 발전·재생에너지),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의 역량을 베트남에 집약시켜 '글로벌 AI·에너지 통합 패키지 마케팅' 거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향후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를 거쳐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까지 확대 적용될 경우 SK는 동남아 전역을 겨냥한 친환경 탄소중립 전력망 수주 사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전력난 해소, 디지털 전환, 넷제로(탄소중립)가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SK 입장에서도 안정적·장기적 고수익 자산을 확보하는 동시에, 에너지와 AI를 결합한 'SK형 AI 풀스택' 수출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최적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email protected] 김준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