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행정 실명제' 속도
행정 책임 회피 문화 근절 의지
'선택적 FDI' 시대 공식 선언도
기술·부가가치 중심 선별 유치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베트남 정부가 '행정은 명확하게, 투자는 선별적으로'라는 기조를 내걸고 투트랙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료사회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면서 행정 병목을 빠르게 해소하는 한편,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기술·부가가치 중심으로 선별 유치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베트남 현지 진출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진출 기업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기술 투자 분야는 인·허가 속도가 이전과는 달리 놀랄 만큼 빨라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베트남의 실질적 최고 통치 권력인 공산당 정치국이 최근 내놓은 결의안들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두드러진다. 정치국이 의결·발표하는 결의문은 행정부의 법률 제정, 경제 계획, 외교·안보 정책 등 모든 국가 정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새로운 시대 당원·간부의 선봉·모범적 자세, 혁신 정신, 과감한 사고·실행·책임 의식 발휘에 관한 결의안'에서 럼 서기장을 비롯한 정치국 인사들은 '6대 명확성' 원칙을 내세웠다. △적임자 △업무 △기한 △책임 △성과물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는 원칙이다. 베트남의 고질적인 행정 지연과 책임 회피 문화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베트남은 '선택적 FDI' 시대도 공식 선언했다. 지난 6월 30일 하노이에서 열린 정치국 결의안 제10호 이행 전국 회의에서 럼 서기장은 "국가적 전략과 선택적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투자자를 엄격히 스크리닝 해 고품질 투자자와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단순 조립·생산시설보다는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유치와 기술 이전, 현지 기업 육성, 글로벌 공급망 편입에 기여하는 투자를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
아울러 베트남은 2030년까지 주요 산업의 현지화율을 최대 50%까지 높이고 약 1만 개 자국 기업을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외자 기업이 단순히 베트남을 저임금 '단순 생산 기지'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산업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는 '장기적 상생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임금과 외자 유치량에 의존해 온 도이머이(쇄신) 1.0의 성장 모델을 넘어, 행정 효율과 기술·공급망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도이머이 2.0'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김준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