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글로벌 '빅3' 지키려면
"갈등이 이렇게 매년 반복되면 글로벌 빅3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현대차 노사갈등이 본격화된 지난 7월 중순 20년 넘게 자동차 산업에 몸담은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현대차 울산공장은 10년 만에 멈춰 섰다. 전년도 순이익의 30%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면서다. 엿새 뒤 남양연구소에서도 재택근무를 주 2회에서 주 1회로 줄인다는 사측 방침을 두고 노사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툼을 감당할 곳간은 줄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조365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분의 1 이상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2023년 9.3%에서 5.6%로 반토막 났다. 노조는 여기에 60시간 파업으로 2조원 넘는 매출손실을 얹었다.
안방까지 뺏기고 있다. 올해 1~8월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 24만4577대 가운데 중국산이 38.1%에 달했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들어온 테슬라 모델Y의 국내 판매량은 6만1702대로, 기아 쏘렌토(6만7976대)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이미 쏘렌토를 3241대 앞서면서 사상 처음으로 수입차에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나온다.
옆 나라는 달랐다. 기토 게이스케 도요타 노조위원장은 지난 2월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먼저 입을 뗐다. "품질 문제로 큰 폐를 끼치고 있다. 기존의 연장선상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바꿔 나가야 한다." 임금이 아니라 회사의 품질 문제를 노조가 먼저 꺼낸 것이다.
인공지능(AI) 도입을 두고도 갈렸다.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보장'을 요구안에 담는 사이, 도요타 노조 부위원장은 "AI를 도구로만 쓸 것이 아니라 나의 부가가치는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는 방어선을 그었고, 하나는 스스로를 다시 정의했다.
협상 기간도 다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6일 상견례 이후 111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도요타의 최근 4년간 노사협상 기간은 2~3주, 교섭 횟수는 한두 차례에 그친다. 현대차가 수십번의 교섭과 파업을 반복하는 사이, 지난해 1050만대를 팔아 6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를 지킨 옆 나라 회사 노조는 임금 대신 생존전략을 먼저 꺼낸 것이다.
한국의 노사는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성과급이나 재택 횟수를 두고 다툴 만큼 한가한 상황인가. 빅3를 지키려면 오늘의 몫을 다투는 자리보다 내일의 판을 짜는 자리가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