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MRO' 러브콜 뒤 숨은 청구서, 호르무즈 파병 시험대 오른 K-국방
해상 유조선 등 우리 선박 안전 운항 목적, 국회 파병동의안 제출 관측 속 안보 정국 주시
美 안보 전략 변화 기조 대응 시급, 韓 인태 안보·조선 기반을 미 지역전략과 연계 압박
한미동맹 '기브 앤 테이크' 변화…단순 파병 넘어 '핵·재래식 통합' 실리 외교 고도화 필요
[파이낸셜뉴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해군력 재건을 위해 한국 조선 업계에 파격적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러브콜을 보내는 가운데, 그 이면에 '호르무즈 해상 방위 분담'이라는 안보 청구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한미 간 '안보·산업 융합 동맹'이 실질적인 경협 기회를 창출하는 동시에, 전 세계 주요 해상 수송로를 공동 방위해야 하는 이른바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시험대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수면 위로 떠오른 파병 검토론, 안보 정국 긴장감 고조
7일 외교·국방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안정과 유조선 등 우리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한 파병 검토를 내부적으로 긴밀히 진전시키고 있으며, 이달 정기국회 중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정식 제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우리 군 당국은 한반도의 엄중한 안보 여건과 복잡한 법적 절차, 국회의 비토 기류 등을 이유로 파병론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 워싱턴발 해상 안보 동참 압박의 가중과 역내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 내부에서도 단순한 원론적 검토를 넘어 실제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작전 및 행정 절차 단계로 진입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부가 파병 관련 국회 동의안 제출 시점을 이달 중으로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안보 정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대내외에 증명해야 하는 외교적 현안·과제와도 긴밀히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확장억제 신뢰의 조건 "MRO 기회·안보 역할 분담 압박"
군 안팎의 전문가들의 미 안보 기류 분석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한국 조선 생태계에 보내는 파격적인 MRO 러브콜은 결코 독자적인 경제 협력 사안이 아니다. 자국 내 조선 제조업 기반 붕괴로 함정 건조 및 정비 병목 현상을 겪고 있는 미국이 한국의 우수한 방산 역량을 공급망에 편입시키는 대가로, 글로벌 주요 분쟁 해역에서의 실질적인 '방위 분담 및 책임 공유(Burden Sharing)'를 전방위로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의 외교·안보 기조를 막후 지휘하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정책차관보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브레인들은 "미국의 군사적 선택은 미국 자신이 걸린 전략적 이해관계에 비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는 미국이 한국에 확실한 핵 확장억제(핵우산)를 제공하는 신뢰성을 유지하는 대신, 한국 역시 자국의 군사적 역량과 지정학적 위치, 조선·산업 기반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및 글로벌 지역 전략과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는 논리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한미 확장억제의 핵심은 미국의 핵전력 자체보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신뢰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미국이 대규모 핵보복과 대응 자제라는 양극단의 선택지만 가질 경우 억제력이 약화될 수 있으므로, 미국은 보다 다양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현실적 핵옵션을 재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맹국인 한국 역시 재래식 억제와 해상 안보 분야에서 더 큰 책임을 맡아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받게 되는 구조로 풀이된다.
■한미동맹 균열 방지, K-국방 '핵·재래식 통합' 실리외교 시급
미국의 이러한 '기브 앤 테이크' 압박 속에서 한미동맹의 와해를 막고 균열을 방지하기 위한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고 하는 것이 외교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미국의 전략적 요구에 따라 역할 분담이 변화하더라도 재래식 억제와 핵 억제를 무조건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서는 안 되며,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중심으로 미국의 핵 옵션과 한국군의 첨단 재래식 전력, 한미연합작전계획을 긴밀히 연계하는 '핵·재래식 통합(CNI)' 체계를 공고히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 등 글로벌 해상 역할 분담 요구에만 소극적으로 임하고 자체적인 연계 고리를 만들지 못할 경우,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SMA) 재협상 압박 카드를 더욱 거칠게 흔들거나 전략자산 전개 비용 청구 등 동맹 전반에 걸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국국방연구원(KIDA) 유지훈 위원은 "핵심은 전술핵 재배치 여부 같은 지엽적인 논쟁보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 양국의 의사결정과 작전이 일관되게 작동할 수 있는 실질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독보적인 조선·산업 기반과 인도태평양 안보 기여도를 미국의 지역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북한이 어떠한 형태의 도발로도 한미동맹을 분리하거나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없다고 인식하도록 만드는 고도화된 국가적 협상 전략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