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지사 묘지 벌초차량"… 후손의 당당한 자랑으로 알려진 사진, 알고 보니
[파이낸셜뉴스] 독립운동가 후손이 벌초하러 가는 모습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된 현수막 차량이 실제로는 한 시민단체의 대리 벌초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따르면 지난 5일 뒷유리에 '독립지사 백응선·김시숙 묘지 벌초차량'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힌 현수막을 부착한 차량의 사진이 게재됐다. 현수막 하단에는 '제주흥사단'이라는 단체명이 적혀 있었다.
작성자 A씨는 '벌초하러 시골 가는 차량'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사진을 올리며, "얼마나 자랑스러웠으면 현수막을 내걸고 고향에 벌초하러 가겠나. 매국노와 민족반역자 후손들 차에도 현수막을 걸어주자"고 적었다.
현수막에 이름이 적힌 두 사람은 제주도를 기반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다. 백응선 지사는 1919년 3월 제주 조천리를 중심으로 일어난 독립만세운동 주동자 14인 중 한 명이다. 이후 일제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으며, 출소 후 후유증을 겪다가 6개월 만에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김시숙 지사는 제주 여성 독립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인물로, 야학을 열어 여성운동을 벌였다. 이후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재일여공보호회를 조직해 노동운동을 이어가다 54세로 생을 마감했다.
게시물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됐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얼마나 자랑스러우실까. 대신 벌초해주고 싶다", "자랑할 만하다. 나라면 더 크게 써 붙였을 것", "고속도로 통행료라도 면제해주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차주가 독립지사 후손으로서 선조의 이력을 알린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해당 현수막은 후손이 부착한 것이 아니었다. 유족이 직접 관리하기 어려워진 제주 출신 독립지사의 묘를 찾아 대신 벌초를 이어오고 있는 시민단체 '제주흥사단'이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후손이 없어 단체가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성 댓글도 달렸다. 이에 "후손이 없다니, 얼마나 힘드셨으면" 등의 반응이 잇따랐지만 확인 결과 이 또한 사실과는 달랐다.
백응선 지사의 경우 손녀가 육지에 거주해 제주 현지 묘소를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시숙 지사는 그간 먼 친척이 묘를 관리해왔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져 2021년부터 제주흥사단이 맡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흥사단은 2009년부터 18년째 후손이 돌보기 어려운 독립운동가 묘를 대신 관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성민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