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호르무즈 정상화 더 멀어지나..'불확실성 장기화' 촉각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란, 해협 외곽 통제 예고
중동 항로 막히고 유가도 상승
운임 부담보다는 '언제 다시 가나'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 고속정이 호르무즈해협에서 화물선 에파미논다스호에 접근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 고속정이 호르무즈해협에서 화물선 에파미논다스호에 접근하는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바깥까지 선박 통제 범위를 넓히겠다고 예고하면서, 국내 선사들의 중동항로 정상화 기대가 다시 멀어지고 있다. 해운업계는 운임 부담보다는 '언제 다시 갈 수 있나'를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란의 해협 통제 강화에 국내 선사들은 운항 재개 시점을 가늠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호르무즈 통항이 이미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 통제 가능성까지 부상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센 레자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은 전날 국영방송을 통해 향후 수일 또는 수주 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새로운 해상 통제구역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통과를 목적으로 해당 구역에 진입하는 선박을 식별해 이란의 제재 대상에 올리는 방안도 거론했다. 특히 이란이 해협 외곽까지 선박 통제 범위를 넓히겠다고 예고했다.

선박추적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최근 10일 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하루 평균 10척으로 5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5일에는 통과 선박이 2척에 그쳤다. 분쟁 이전 호르무즈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던 핵심 지역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비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선사들도 중동 노선 운항에 직접적인 제약을 받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은 홍해처럼 다른 항로로 우회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해협 통과가 어려우면 페르시아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다"며 "현재는 운임이 오르느냐 내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그쪽을 갈 수 있을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 상승을 통한 간접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재개되면서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2.7% 오른 배럴당 90.49달러에 마감했다.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며 7일에는 배럴당 97.37달러까지 올라섰다. 브렌트유는 지난 한 주 동안 약 8%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사태가 중동 노선을 운영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유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유가가 오르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지 않는 미주나 유럽 노선 선박도 연료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운임 상승이나 선복 수급 변화가 선사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현재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붙고 운임이 오르는 부분이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무조건 안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험료 등이 올라가면 화주와 협의를 통해 유류할증료 등을 더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선사들은 중동 노선에 투입됐던 선박들을 다른 노선으로 재배치하는 방법으로도 수익 방어에 나서고 있다. 중동 노선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매출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해당 선박들을 미주·인도·유럽 등 다른 노선에 투입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폐쇄에 따른 손익보다 언제 정상 운항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국내 기업들의 가장 큰 부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email protected]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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